FT 인터뷰 "국내보다 외부 요인으로 인한 불확실성 훨씬 더 커져"
李총재 "계엄 해제 이후 신속·포괄적 대응으로 韓 금융시장 안정돼" 강조
◆…김병환 금융위원장(사진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6일 "한국의 수출 지향적 경제는 국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정치적 위기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무역 정책으로 인해 더 큰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많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국내 요인과 비교하면 외부 요인으로 인해 현재 불확실성이 훨씬 더 커지고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FT에 따르면, 이 총재는 "이번 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시도 실패로 인한 여파로 한국 경제와 금융 시장에 대한 '중요한 구조 개혁'이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서울의 정치 위기가 미치는 경제적 영향은 중국 경쟁 심화와 미국의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무역 상대국에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관세가 한국 수출업자들에게 미칠 잠재적 결과와 비교할 때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내 정치적 위기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투심 하락을 경계한 것으로 읽혀진다.
이 총재는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은 우리나라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수출 증가율은 양호했지만, 이제 두 가지 이유로 수출 성장률(전망치)을 하향 조정했다"며 "하나는 관세 부과 가능성이고, 또 다른 하나는 중국의 경쟁력이 실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중국 안팎에서 중국의 상품 공급 과잉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FT는 이번 주 (한국의)정치 드라마가 나오기 전에도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큰 한국 경제는 내수 약화와 높은 가계 부채, 그리고 중국 수출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지난주 한국은행은 예상외로 금리를 인하했다고 전하면서 "이 총재는 트럼프의 승리와 공화당의 득세를 언급하며 미국의 '레드 스윕'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총재는 이번 계엄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이 '단기적이고 상대적으로 잠잠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사태 선언을 발표한 후, 한국 역외 주가지수는 6% 이상 하락했고, 원화는 달러 대비 3% 가까이 약세를 보였지만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금융당국와 한은 총재(F4)가 심야 긴급회의를 가진 뒤 필요하다면 국내 금융시장에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약속한 것이 주효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대통령이 계엄 취소를 밝히면서 투자자들은 혼란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우리의) 신속하고 포괄적인 대응 조치로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진정되고 안정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 수장 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향후 탄핵 정국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선 이 총재는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장기적으로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두 전 대통령 때 벌어졌던 상황을 근거로 들면서다.
그는 "앞으로 이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 지는 짧게, 혹은 길게 갈 수도 있어 예측하기 어렵고, 전망에도 불확실성이 있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데이터를 보면 단기적인 영향 적었고, 중장기적인 영향도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두 번에 경험을 봐도 경제성장률이나 중장기적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며 "물론 과거가 반드시 반복(되풀이)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국내 상황보다는 미국 차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수출 모멘텀이 주요국과의 경쟁 관계 속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 등 중장기적 요인이 오히려 전망을 바꾸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