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을 맞아 큰 마음먹고 냉장고 구입을 결심한 A씨. 그 동안 고생한 아내를 위해 형편보다 좀 과하다 싶은 100만원 정가의 냉장고를 점찍어두고 매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의아한 점이 있었다.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100만원인 것으로 알고 간 냉장고가 실제로 매장에서는 106만5000원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점원에게 이유를 묻고 냉장고 가격이 정가와 다른 이유를 설명 듣게 된 A씨는 그때서야 올해 봄부터 일부 가전제품에 개별소비세가 붙게 된 것을 알게 됐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소비전력량이 상위 10%를 차지하는 에어컨, 냉장고, 드럼세탁기, TV에 5%의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냉장고의 경우 600리터 초과 월간소비전력량 40kWh 이상, 에어컨은 월간소비전력량 370kWh 이상, 드럼세탁기는 1회 세탁당 소비전력량 720kWh 이상, TV는 42인치 초과 정격소비전력 300W 이상 제품이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
이에 따라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100만원인 에너지 다소비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고객들은 별도로 5만원의 개별소비세를 내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소비자들이 내는 금액은 부가세 포함 제품가격 100만원과 개별소비세 5만원이 붙은 105만이 아니라 106만5000원이다.
그렇다면 이 1만5000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바로 개별소비세의 서택스(Surtax) 형태로 달라붙는 교육세(세율=개소세액의 30%)다.
제품 금액의 5%인 개별소비세에 교육세가 붙어 에너지 다소비 가전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부가세를 제외하고 총 6.5%의 개별소비세+교육세를 부담해야 한다.
A씨가 사려던 냉장고의 가격은 이렇게 해서 100만원이 아닌 106만5000원이 된 것이다.
한편 제도 시행 1년도 안된 시점에서 벌써부터 존립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에너지 다소비 가전제품에 부과하는 5%의 개별소비세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주영섭 세제실장은 "에너지 다소비 가전제품에 대한 개소세 성과가 생각보다 미미하다"며 "올해 세수 현황을 살펴보고 재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