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원칙이 바로선 올바른 국세청 만들겠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지난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과 원칙이 바로선 올바른 국세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국세청장은 30일 임명장을 받고 정식으로 제19대 국세청장에 취임했다.
인사투명성 확보 등 철저한 '내부단속' 필요
내부승진 국세청장 '한계' 극복, 과제
이현동 국세청 차장( 사진, 이하 국세청장)이 이명박 정부 3번째 국세청장으로 취임했다. 국세청 45년 역사(歷史), 19번째 국세청장이다. 시절이 시절인 만큼, 이현동 국세청장의 취임은 단순한 의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국세청장은 1년 만에 배출된 내부승진 국세청장이다. 국세청에게 지난 1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으며 무의미한 시간도 아니었다. 내부승진 국세청장의 한계로 인한 부작용을 치유하는, 절치부심의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초대 국세청장이었던 한상률 前국세청장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불명예 낙마했다.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태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한 前국세청장이 국세청에 입힌 상처는 '중상'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외부인 출신 국세청장(백용호 前국세청장)의 발탁은 국세청으로서는 막을 수 없는 운명이었다. 다행히 백 前국세청장 취임 이후 국세청은 전임 수장들로 인해 받았던 상처를 상당부분 치유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국민적 신뢰도 어느 정도 되찾았다.
내부인 출신 국세청장이 발탁되면서, 시간은 다시 1년전으로 되돌아갔다. 이제부터 중요하다. 내부인 출신 국세청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세청을 단단한 반석 위에 올려놔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이 국세청장에게 주어졌다.
지난 1년도 어려운 시기였다지만, 앞으로 주어진 시간은 더욱 어려울 수도 있다. 이 국세청장은 개인의 명예와 함께 조직의 명예까지 떠 안게 됐기 때문이다. 그의 행보에 지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 이현동 프로젝트 No 1. 국세청 변화의 '완성'= 전임 국세청장이 해놓은 일은 사실 특별난 것이 없다. 국세청 분위기를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도록 바꿔놓은 것 정도다. 그러나 이는 엄청난 '변화'다. 과거 내부승진 국세청장들이 해내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전임 국세청장은 국세청장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가장 중요한 인사투명성 제고를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시행했다. 특별한 개혁방안을 내놓지도 않았으면서도 국세청 분위기를 일신하는 성과를 냈다.
전임 국세청장이 국세청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이 같은 무형의 '성과물'을 실현해냈기 때문이다. 당시 전임 국세청장을 보좌하며 분위기 일신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인물이 이현동 국세청장이다(당시 국세청 차장).
국세청 변화의 역속성 추구, 이 국세청장 발탁의 배경 중 하나로 풀이된다. 전임 국세청장이 깔아놓은 국세청 변화의 인프라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세련미를 더해 미래 국세청 설계도를 완성시키는 것, 이것이 이 국세청장의 최우선 과제임이 틀림없다.
□ 이현동 프로젝트 No 2. "부정의 고리, 끊어내라"= 이주성, 전군표, 한상률 前국세청장의 불명예 낙마는 곪을 대로 곪은 국세청식(式) 부정부패로 인한 측면이 크다. 세무조사 편의, 인사청탁 등 권력형 부정부패다.
전임 국세청장은 인사청탁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했다. 세무조사 청탁 등도 사라졌다는 것이 중론. 이를 두고 국세청 안팎에서는 "대통령 최측근이 국세청장이 되니 달라도 확실히 다르다"라는 말이 흘러 나왔다.
그러나 이 국세청장이 후보자로 내정된 이후 국세청 분위기는 급격히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흘러 나왔다. 이 국세청장이 대통령의 최측근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우려가 나온 것은 아니다.
그만큼 국세청 내부에서조차 내부승진 국세청장들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 측면이 크다. 이 국세청장이 해내야 할 또 하나의 과제,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어내는 일, 그리고 내부승진 국세청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외풍(外風)을 차단하는 일이다.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일에 속하지만,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다. 그래야만 내부승진 국세청장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이현동 프로젝트 No 3. "국민과 직원들의 마음을 얻어라"= 최근 이 국세청장은 사석에서 "직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조직의 수장이 흔들린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조직(기관)이 흔들린다"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세청 조직을 무리 없이 이끌어나가기 위해 이 국세청장이 해야 할 일은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과거 모 국세청장의 경우처럼 일련의 '쇼'를 통해 직원들을 다스리는 '정치성'으로는 직원들의 마음을 얻어내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다른 무엇도 없다. 인사투명성을 확보하고 원칙에 입각한 공정한 인사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지연과 학연에 흔들리고 '내 사람'에 우선 주목한다면 인사공정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성과에 집착해 무리한 채찍을 휘두르는 것보다는 직원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외풍 차단 등) 조직의 수장으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은 확실히 책임지고 방어해 주는 것이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국세청에 더 이상 '권력형 부정부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속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대대적인 서비스 향상이 아닌 국세청의 본연의 기능을, 원칙과 기본에 입각해 충실하게 이행하기만 한다면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