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전 명함이 가져다 준 삼일과의 재회
"실력으로 승부하는 삼일에선 힘든 일 없어"
삼일회계법인에서 재직중인 이도호 고문은 "삼일에서는 로비 같은 것을 신경쓰지 않는다"며 "정말 우수한 직원들이 많고 모든 일을 실력으로 승부하다보니까 내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고문이 입사했을 때 전임 오세광 회장은 "그냥 편안히 있어라"라고 했다. 우리는 실력으로 승부하고 있으니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조언과 지원만 해주라는 주문이었다.
실제로 국세심판원(現 조세심판원)에서 상임심판관까지 지낸 이 고문은 "조세심판원에 가서 설명할 게 있어도 실무자들이 워낙 유능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고, 그에 대한 판단은 심판관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사실 별로 할 게 없다"고 웃음을 짓는다.
별로 할 게 없다는 이 고문이지만 역시 중요한 조세사건 처리에 있어서는 그의 조언과 지원을 받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6년간의 공직생활, 10년이 넘는 조세심판경력이 실력 있는 직원들의 업무능력을 배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고문 특유의 친화력은 직원들의 업무에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 재정경제부 근무시절 후배들로부터 '가장 닮고 싶은 상사'로 꼽힌 이유도 이런 친화력이 한몫을 한 때문이다.
■ 얼떨결에 발 디딘 '택스'‥재미에 빠져 '세무'의 길로
현재 삼일회계법인 세무자문그룹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가 세무의 길에 발을 들인 것은 사실 본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옛 경제기획원에서 서기관으로 승진한 후 한국국제협력단에 파견을 가게 됐는데, 마침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이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되면서 돌아갈 자리가 마땅히 없었던 것.
부처가 통합돼 있던 자리도 없어지는 마당에 찬밥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마침 자리가 난 곳이 국세심판원이었고, 국세심판원 행은 세법에 문외한이던 그가 'Tax'의 길로 가게 된 계기가 됐다.
심판원은 '잠시 거치는 자리' 정도로 생각했던 그는 근무를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도호 고문은 "세법도 잘 모르고, 곧 다른 부서로 이동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Tax)일을 해보니까 일이 너무 재미있더라"며 "나중에 김광림 차관과 박병원 차관이 승진을 하려면 본부로 나오라고 했으나 세법 전문가가 되겠다고 사양했다"고 회고했다.
특히 심판원에서 결정문을 작성하는데 재미를 느낀 그는 "예전에 사법고시를 볼 걸"하는 후회 아닌 후회를 할 정도로 세법에 흥미를 가졌던 것.
이 고문은 "그 전까지는 정부사업의 타당성 검토, 정부예산 편성, 공기업 경영평가 등의 일을 하다가 논리적인 세법해석을 하고, 사실관계를 재구성하여 결정문을 작성하는 일들을 하니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 25년전 받은 젊은 회계사의 명함 한 장
공직생활을 접은 직후 그가 곧장 삼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도호 고문은 "재정경제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면서 회계법인도 우수인력이 몰려 있는 삼일회계법인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여기 와보니까 'Best in all'이라는 구호를 외치는데 최고를 지향하는 삼일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 2007년부터 삼일에서 일하게 됐지만 이 고문과 삼일의 인연은 그보다 한참 앞선다.
1980년대 초 경제기획원 근무시절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한국전력 경영진단을 하면서 평가단의 일원인 삼일회계법인 안경태 회계사와 같은 조에서 일한 적이 있다.
2007년 삼일에 입성한 이 고문은 사물함 속에서 당시 안경태 회계사의 명함을 꺼내 안경태 회장의 손에 다시 넘겨주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 고문은 "당시 안경태 회계사는 내가 질릴 정도로 캐묻고, 열성적이었다"며 "지금 돌이켜 보면 그렇게 정열적인 자세가 회장에까지 이르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 "영원한 삼일을 보고싶다"
이도호 고문은 "이제는 정말 삼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됐다"며 연신 삼일을 향한 애정표현을 쏟아냈다.
이 고문은 "나는 삼일에 영원히 남고싶은데 그럴 수는 없을테니 나중에 떠나더라도 삼일이 영원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싶다"고 강조했다.
[이도호 고문 약력] ▲1949년 경남 함양▲경기고-서울대 경영학과-서울대대학원 경영학과 수료 ▲행정고시 23회 합격 ▲서울시, 경제기획원 투자심사국·정책조정국·예산실·심사평가국 ▲한국국제협력단 파견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 조사관·행정실장·상임심판관 ▲2007년 2월 삼일회계법인 고문(現) ▲금융정보분석원 자금세탁방지정책자문위원회 위원(現)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