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홍보에 비상이 걸렸다. 천주교와 불교 등 종교계에서 4대강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을 적극 설득시키지 않고 무엇들 하느냐며 국무위원들에게 불호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청와대수석과 관계부처 장관 등이 앞 다퉈 4대강사업의 당위성 홍보에 나서고, 4대강 공사현장에서는 반대집회와 맞불집회가 꼬리를 물고 있다.
야당이 4대강사업반대를 중간선거 최대쟁점으로 내걸고, 대통령이 소신을 강조하며 전면에 나서 맞서는 등 바야흐로 '4대강 대회전(大會戰)'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4대강 사업공사는 지난해 11월 10일 착수됐다. 현재까지 공정(工程)은 7.9%, 보(洑)는 14.3% 추진된 것으로 4대강사업추진본부는 밝히고 있다.
보를 만드는 현장 16곳에다, 4대강 모래를 파내는 준설현장이 95곳 등 전국의 중장비들이 4대강 주변으로 '헤쳐모여'하는 판이다.
정부는 2012년까지 완공시킬 목표로 밀어붙일 기세지만 국민여론은 지금도 반대 내지 유보가 훨씬 우세하다.
지난해 11월 15일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5.3%가 4대강 사업의 전면중단 내지 대폭축소를 원했다. 그 다음날 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역시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4대강 중 한 곳만 시범 실시해 그 결과를 토대로 확대추진여부를 결정토록 하자는 의견이 39.3%, 전면중단이 37%였고, 4대강을 동시에 시작하자는 의견은 17.1%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는 한번 훼손되면 원래상태로 되돌리기가 불가능하다. 국민적 합의 없이 공사가 서둘러 착공되고, 반대여론에 아랑곳없이 정부가 이를 밀어붙이는 연유는 어디에 있는가.
4대강 정비는 이명박 대통령의 '신앙'과도 같은 대역사(大役事)로 알려져 있다. 대선공약으로 내 건 한반도운하건설이 여론의 반발로 '임기 내 착공'이 물 건너 간 상황에서 '4대강 살리기'사업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정황은 이해가 간다. 운하건설을 믿고 표를 몰아 준 4대강 주변의 표심(票心)에 '차선의 보답'은 되기 때문이다.
홍보에 나선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천주교 산하 평화방송과의 한 인터뷰에서 "513만 표차로 국민들이 (대통령을) 선택해 주었을 때는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고 가진 능력과 통찰력과 비전으로 나라를 한 단계 높여달라고 존엄한 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대통령이) "표의 무거움을 이해하고 해야 할 일을 책임 있게 추진해야겠다는 각오"라고 전했다.
공약사항이니 국민 다수가 반대한다 해도 4대강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표명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경제 살리기의 상징으로 내 건 '747'공약의 후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내 건 공약도 여건과 상황이 달라지고 국민여론이 바뀌면 수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와서 '747'공약이 약속위반이고 국민을 기만했다고 대통령을 질타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한반도대운하 공약도 접은 터에 유독 '4대강 살리기'에 정권의 명운을 거는 것 같은 경직된 자세는 실용정부 답지 않아 보인다.
요소요소에서 말라 비틀어져 죽어가는 4대강을 살려야한다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어떻게 살리느냐가 중요하고, 대통령의 추진방식에 문제점이 많아 적잖은 전문가들과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는 추진과정부터 논란꺼리였다. 국회에서 소요예산이 통과되지도 않았는데도 착공을 서둘렀고, 예비타당성조사를 생략했으며, 환경영향평가도 3개월 만에 약식으로 끝내는 등 사업규모에 비해 준비가 허술하고 졸속이라는 비판이 그치지 않았다.
왜 이렇게 서두르느냐는 항변에 "물일은 빠를수록 비용이 적게든다"(이명박대통령) "뉴딜사업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국토해양부 홈페이지)는 훈계조의 설명이 고작이었다.
국토의 젖줄인 4대강은 '소통의 강', '공감의 강'이어야 한다. 모래를 깊이 파내어 물을 가득 채운 강은 유람선이 다니는 수로일 뿐 물고기가 알을 낳는 생명의 강이 아니라는 문제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강물에 발을 담그고 뛰노는 정취는 이제 시대에 맞지 않는 사치로 치자. 거대한 인공의 강에 자연의 강을 수장(水葬)시켜 생태계를 교란하고 물의 흐름을 왜곡한다면 일시적인 고용증대를 위해 국토를 항구적 불구상태로 만들 위험이 다분하다.
이런 우려와 끈질긴 문제제기에 대해 정부는 '우리의 공사장비와 기술이 세계수준'이라'며 '반대를 위한 반대' '정치적 발목잡기'로 치부해 왔다.
4대강사업을 '정치'가 아닌 '정책'으로 본다면 그럴수록 국민과의 부단한 소통을 통해 공감과 자발적 협력을 얻어내야 한다.
생태계 및 환경 파괴로부터 '생명의 강'을 보존하는 문제가 핵심인데도 정부홍보는 물 관리와 녹색성장, 수변공간과 자전거도로 등 '녹색건설' 및 그 산업적 효과에 맴돌고 있다.
4대강사업이 녹색성장의 모범사례라고 대외적으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4대강정비와 녹색성장과의 관련성에 대한 설명은 궁색하다. 4대강 주변에 녹지를 확충하면 15년 후 온실가스 방출량이 30% 가량 줄어든다는 게 고작이다.
보 설치와 수질악화, 준설과 강 생태계파괴, 강 본류에서의 준설과 홍수방지효과 등 주요 쟁점들에 관해 찬반대립만 격렬할 뿐 국민적 합의는 아직 없는 상태다.
4대강사업은 시공사들과 계약이 끝나고 보를 세우는 기초공사도 4대강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됐다가 혹 잘못되는 날이면 그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질 것인가.
대통령이 4대강사업을 '소신'으로 강조하며 '국민들과 일부 전문가들이 뭘 몰라서 그러니 좀 알아듣도록 해줘라'는 식의 주문은 홍보도 설득도 아닌, 아집과 오만이다.
동시다발적인 토목공사발주가 극심한 경기침체에 허덕이는 '건설업체 살리기'는 될 수 있어도 '4대강 살리기'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토목건설공사가 전체 경제회생에 미치는 파급효과 또한 한계가 있다. 4대강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집중적인 홍보나 일방적인 설득으로 해결될 단계를 넘어섰다. 정부가 속도조절로 한 발자국 물러서는 신축성이 필요하다.
4대강 가운데 한 곳을 골라 우선 시범실시해 보고 그 결과를 보아 대상을 넓혀나가는 단계적 접근법이 바람직하다. 우리 장비와 토목 건설기술이 제아무리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도 자연 앞에 외경심을 갖는 마음자세도 기술 못지않게 중요하다.
물줄기를 바꾸기에 앞서 열 번이고 돌다리를 두들기는 신중함과 인내 또한 필요하다. 애국 애족은 지도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연 앞에 겸손하며 급할수록 돌아가는 지혜가 절실한 때다.
[변상근 논설고문] : 동아일보 경제부기자,워싱턴특파원. 중앙일보 워싱턴주재 부국장, 경제담당부국장, 편집국장 대리, 논설위원·고문 역임. 고대, 서강대, 외대 언론대학원 초빙교수. 조세일보 논설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