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초 최종안 확정"
"성형 시술 비용이 올라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커지면 가뜩이나 부산 성형외과 사망사건으로 뒤숭숭한 판에 장사가 되겠느냐?"(압구정동 A성형외과 원장 K씨)
"(일반 피부과 등에서 진료하는) 보톡스 주사나 박피 레이저 시술에는 부가가치세를 안낸다고 한다면,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는데요."(청담동 B성형외과 전문의 L씨)
정부의 미용성형수술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방침에 대해 최근 성형외과계가 드러낸 불만 들이다.
□ "일반의가 하는 성형은? 성형외과가 봉이냐"= 성형외과 업계에서는 부가가치세 과세로 인해 쌍꺼풀수술이나 코 성형, 지방흡입술 등의 시술에 10%의 세금이 매겨지면서 소비자가 내야 할 성형비용이 비싸져 손님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가장 크다.
또 의료비 상승으로 성형시장이 위축돼 고용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객이 감소하면서 국내경제에도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게 성형 의료계의 주장이다.
성형외과가 아닌 일반외과, 치과, 피부과, 한의사 등에서도 공공연히 미용성형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성형외과에만 10%의 부가가치세를 과세하게 되면 가격차이로 인한 불공정 경쟁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성형외과 K원장은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려면 일반 미용으로 구분된 모든 성형에는 다 부과해야지, 보톡스와 레이저치료는 왜 (부가가치세 부과를) 안 하느냐"며 "(정부가) 성형외과를 무슨 봉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 "세금 문제 복잡해져‥시스템 구축 선행돼야"=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용성형 부가가치세 과세방침에 공감하면서도 시스템 구축과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 조세전문가는 "사실 미용성형이라는 것이 정신과적 심리치료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미용성형 여부) 구별이 어려울 수 있다"며 "미용성형을 가려낼 수 있는 확실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수술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에 의해 과세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사실판단이 매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치료목적인지 미용목적인지 사실상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명확한 시스템 구축 없이는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란 주장이다.
아울러 미용성형이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병원은 과세와 면세를 겸하는 '겸영사업자'가 돼, 공통매입세액 계산 등 세금 납부 자체가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도 나온다.
고려대 정규언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세금문제의 복잡성은 결국 많은 납세협력비용을 초래하게 돼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 있고, 이러한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미용성형수술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전환은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재정부, 추진의지 확고‥"내년 초 최종안 마련"= 세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미용 성형수술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02년에도 이 방안을 밀어붙였으나 의협을 중심으로 한 반대론자들에 밀려 한 차례 철회를 겪은 바 있어, 이번 시행령 개정이 가능한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의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재정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진 가운데 성형 시장 규모가 어림잡아 1조원을 훌쩍 넘는다는 점에서 최소 1000억원의 세수확보와 세원노출에 따른 소득세 징수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정부 관계자는 "신체의 필수기능 개선이 아닌 미용목적의 성형수술은 의료용역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과세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구체적 과세기준은 시행령 개정사항이기 때문에 내년 초쯤 최종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추진 방침을 확고히 했다.
현재 재정부는 내부적으로 2가지 안이 검토 중이다. 하나는 시행령에 쌍꺼풀수술, 코 성형, 지방흡입술 등 시술 명칭을 열거하는 방안이며, 다른 하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험 적용에 따라 과세여부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두 번째 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법상 치료목적인 경우, 건강보험 혜택이 주어지나 미용목적인 경우에는 혜택이 없기 때문에 이를 기초로 '미용성형' 여부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 "지나치다" vs "당연한 것" 네티즌도 논쟁 가세= 네티즌 사이에서도 찬반 논란이 불붙었다.
ID 'haeorm'인 한 네티즌은 "굳이 조금 예뻐지기 위해 얼굴을 고쳐 삶의 활력을 되찾고 사회생활에서 자신감을 찾아보겠다는 국민들에게까지 '조세의 칼 날'을 들이대는 것은 좀 지나치다"며 "해마다 탈루되고 있는 소득세만 잘 찾아내 거둬들여도 한 해 적어도 수조원은 더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ID '내외산소'는 "미용성형의 범주에 레이저, 라식수술 등도 포함시켜야 하며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등 다른 의료인의 비보험 의료 행위도 과세대상이 돼야 한다"며 "이렇게 걷은 세금은 특별법을 제정해 의료와 관련된 일에 사용한다면 찬성한다"고 조건부 찬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