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과 뇌물 그리고 이에 따른 인사잡음으로 검찰에 구속된 전군표 前국세청장의 후임 국세청장으로 임명돼 국세청을 위기상황에서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던 한상률 국세청장이 결국 불명예스러운 낙마(落馬) 수순을 밟고있다.한 청장의 낙마원인 역시 인사청탁이 목적으로 추정되는 그림 상납의혹과 골프회동, 그리고 인사잡음에 따른 부정행위 폭로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군표 전청장의 구속으로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기에 처한 국세청을 구할 구원투수로 취임한 한 청장이 지난 1년 1개월여의 재임기간 동안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국세청의 신뢰회복' 문제.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그 역시 선임 국세청장의 전철을 밟게 됨에 따라 국세청은 그가 취임할 때보다 더 깊은 상처와 함께 더 치유가 어려운 신뢰도 추락이라는 위기를 자초하게 됐다.
한 청장은 지난 1953년 충남 태안에서 태어났다. 태안고등학교와 서울대 농과대학을 졸업한 뒤 21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국세청과 인연을 맺었다.
서울국세청 법인계장과 법인과장을 지낸 인연으로 법인세원관리에 밝았으며, 중부지방국세청 조사3국장과 서울청 조사4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등 국세청 권위의 대명사인 조사분야에서 오랜 사령관을 맡았다.
그가 서울청 조사4국장을 맡을 당시에는 '썬앤문' 사건으로 서울청 감사관이 국세청 사상 최초 검찰 압수수색을 받는 등의 위기로 아무도 조사4국장을 맡지 않을 당시, 조사4국장에 임명돼 조사4국의 옛 명성을 되찾아 놓기도 했다.
또 전군표 국세청장의 낙마로 국세청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도 국세청장에 임명되는 등 그가 맡은 자리는 유독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책임이 주어졌던 것도 특징.
국세청장에 오른 그는 국세청 신뢰회복을 위해 '국궁진력(鞠躬盡力)'을 표방, 국세청의 몸을 낮춰 국민 섬김을 실천했고, 국세청 전체 직원들을 사회봉사단원화 시키기도 했다. 그 결과 작년말 국민들이 평가한 국세청의 신뢰도는 크게 올라갔다.
소통을 특히 강조했던 그는 직원들과의 직접 소통을 위해 2만여 직원의 80%가 넘는 1만6000명의 직원들을 '특강'의 형식을 빌어 직접 만나기도 했다. 때에 따라서는 직원들과의 '번개미팅'을 통해 하위직원들의 의견을 직접 듣기도 하는 등 신선함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특히 '소통'을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실제 그가 실제로 보여준 '소통능력'은 부족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인사와 관련해 국세청 간부들은 임명장을 받을 때가 돼서야 자신이 어떤 운명에 처해지는 줄을 알았으며, 그를 '한 크레물린'으로 부르기도 했다.
또 올 국세행정 운영방향과 관련해 한 청장이 밝힌 18페이지에 달하는 신년사 역시 '성경문구'처럼 너무 어려워 해석각도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등 직원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무척 어렵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