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24시-①]밀수단속의 '파수대' 인천세관을 가다

인천세관, 올해만 2155억원 상당 적발

"최근 3년 동안 중국과의 교역량이 평균 41%씩 늘어나고 있어요. 가짜 물품 밀수가 그만큼 늘고 있고, 조선족을 동원하는 등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지요. 긴박하게 밀수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가짜 밀수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인천세관 조사관실 한 직원의 말이다.

인천 중구 항동에 위치한 인천세관은 1883년에 인천해관(仁川海關)을 시작으로 개청 120년이 넘은 국내 최고(最古)의 본부세관이다. 인천·부평·수원·안산 등을 중심으로 수도권 경제지역 관문을 지키고 있는 인천세관은 이 지역이 지리적 여건상 중국·북한과 가장 근접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대(對)중국 무역량이 늘어나면서

중국산 가짜상품을 막아내느라 그만큼 할 일도 많아졌다.

기자가 찾은 1일도 가짜 상품 밀수 적발을 위해 '비상근무체제'를 구축한 세관 직원 520여명은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특히 여러 날 밤을 샌 탓에 점퍼 차림의 조사 담당 직원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사건을 적발한 이후 열흘 안에 사건을 마무리하고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는 시간적인 압박에 쉴 수만도 없는 처지다.

1분 1초도 쪼개서 써야 하는 이들이 밀수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벌이는 치열하고 끈질긴 첩보전(戰)을 하루동안 근접거리에서 지켜봤다.

■ 인천세관은 어떤 곳

인천 중구 항동에는 1883년에 인천해관(仁川海關)을 시작으로 개청 120년이 넘은 국내 최고(最古)의 세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이 바로 올해 들어 ▲중국산 가짜 담배 15만갑 조직 밀수 ▲가짜 비아그라 200억원 상당 밀수 ▲베컴 청바지 350억원 상당 불법 수입·판매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연이어 적발한 인천세관이다.

인천세관이 올해 들어 적발한 지적재산권 위반 물품, 소위 가짜 물품 적발규모는 전년에 비해 680%나 늘어난 2155억9200만원에 달했다.

특히 최근 중국과의 무역규모가 연 평균 41%나 증가하면서 함께 늘어나고 있는 중국산 가짜 상품 밀수를 막아내는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 가짜밀수 조직과의 '첩보전'

지난 2월부터 관세청이 '가짜 상품과의 전쟁'에 나선 이후 인천세관 직원들의 몸놀림은 더 빨라졌다. 조사담당직원 뿐만 아니라 화물검사, 휴대품 검사, 분석실 등 모든 인천세관 직원들이 가짜상품 단속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것. 인천세관의 가짜 물품 밀수입 조사의 초점은 대규모 밀수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것. 조직의 뿌리를 남겨놓을 경우 소비자와 상표권자인 기업의 피해가 계속해서 속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천세관 조사감시국에선 밀수사범에 관한 국내외 범칙정보 수집·분석과 수사를 전담하는 조사총괄과와 조사관실, 계좌추적·자금조사 등을 통해 환치기 등 불법외환거래를 적발하는 외환조사과가 맞물려서 서로를 보완하며 불법유통의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한 축으로 감시과에서 항만·선박 입출항 등을 감시하고 휴대품검사관실에서는 감시과, 보따리상 등 여행자 휴대품 검사를 통해 가짜 상품의 반입을 막아내고 있는 것. 세관 관계자는 "가짜 밀수 조직은 점 조직 형태로 밀수총책 외에는 공급책, 운송책, 국내판매책, 자금책 등

조직끼리도 서로를 모를 정도로 긴밀하게 움직인다"며 "도마뱀처럼 꼬리만 남기고 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세관직원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밀수조사 '베테랑' 조사관실 김영은 계장은 "가짜 밀수적발이 간첩을 잡는 것만큼 힘들다. 밀수조직 총책은 조직원 개개인에게 다른 핸드폰으로 전화를 할 뿐만 아니라 감시가 어려운 고속도로 휴게소의 팩스로 밀수서류를 전달할 정도로 용이 주도하다"고 전했다.

세관직원들에게 밀수물품 적발은 조사의 '시작'이자 '단서'다. 밀수물품이 적발되면 인수를 받을 사람을 미행해 모처에서 이뤄지는 국내에 있는 조직원들 검거하는 한편 이들을 역추적해 중국 등에 있는 공급책을 검거하고 있는 것.

한 조사담당 직원은 "구속 사건의 경우 총 10일 이내, 휴일을 제외하면 7일 안에 사건을 마무리해서 검찰에 송치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인천세관 조사직원, 화물검사, 모든 직원들 협력해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가짜 상품을 적발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 가짜 담배·비아그라 등 수백억대 '간 큰 조직' 연이어 검거

인천세관은 지난 3월 23일 중국산 의류를 수입하는 것처럼 꾸며 중국산 가짜 담배 15만갑, 시가 약 8억원 상당을 밀수입한 가짜 담배 조직밀수입단 11명을 검거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들은 장소제공, 물품 분배책, 연락 및 수금책, 구입 및 판매책, 보관 및 운송책, 작업분리책 등을 각각 역할분담을 할 정도로 치밀한 조직밀수단. 특히 세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물품 도착지를 경기도 포천시 소재 기계공장 창고로 해 이곳에서 국내 밀수조직원들에게 화물차로 다시 배송하게 한 후 밀수품을 인계 받는 수법을 동원했다. 인천세관은 전날인 22일 화물검사과정에서 의류로 수입·신고된 화물에 다른 물품이 실려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일단 수입신고를 수리해 주고 짝퉁 담배 등을 화물차 2대에 각각 분산·적재해 이동중인 조직 밀수단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수사 팀을 3개조로 편성해 미행, 잠복, 추적 감시에 착수했다. 이틀간의 추적 끝에 구입총책 등 11명을 검거했고, 조사결과 드러난 밀수총책과 선적운송책 등을 검거하기 위해 전국에 지명 수배령을 내린 상태다. 인천세관은 또 지난달 가짜 비아그라 36만정, 시가

200억원 상당을 밀수입하려던 조직일당 6명 중 국내에 있는 3명을 적발했다.

또 일명 베컴 청바지라고 불리는 테이크-투(TAKE-TWO) 상표를 부착한 청바지를 수입, 무려 350억원에 달하는 가짜물품을 시중에 팔아온 가짜 물품 수입·유통·판매업자 30여명도 무더기로 검거했다.

◆ 대규모 밀수적발에 첨단검색기기는 필수

대규모 밀수적발에 컨테이너검색기 등 첨단장비는 필수. 인천세관에는 인천컨테이너터미널(ICT)과 인천항 등 2곳에 설치된 컨테이너검색기가 설치돼 있다. 이 기계는 컨테이너 화물 속에 밀수품이 숨겨져 있는지를 파악하는 중요한 기기이다.

실제로 이날 오후 4시경. 검색 대상으로 선정된 20피트 컨테이너가 실린 화물차가 검색대로 들어왔다. 컨테이너 운전사가 차에서 내린 후 검색대 앞뒤로 굳은 철문이 닫히고 본격적인 검색이 시작됐다. 컨테이너 검색기는 40톤에 달하는 컨테이너 차량을 들어올려 수평과 수직, 양방향으로 엑스레이 방사선 빔을 쏴 안에 있는 물품의 밀도를 측정했다.

세관직원은 "컨테이너 검색대에는 같은 물품으로 가득 찬 FCL(full contailner load)이 들어오기 때문에 방사선 빔이 최대 4000mm 철판을 투과해 컨테이너 속에 있는 물품의 밀도를 측정한 결과 밀도가 다른 물품이 날 경우 이는 밀수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 보따리상 가장한 기업형 밀수조직 적발이 올해 목표

인천세관의 수장인 김종호 세관장은 올해 보따리상을 가장한 기업형 밀수 조직을 척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소비자와 기업을 보호하고 불공정 무역을 근절하기 위해 가짜 상품을 집중 단속하는 한편 부두전역을 24시간 감시하기 위해 감시종합정보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천세관은 가짜 상품을 적발하기 위해 '첨단 기기'를 동원하는 것은 물론, 직원들의 조사노하우를 바탕으로 끊임없는 정보분석을 통해 이 시간에도 추격전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