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행사하면 탄핵' 엄포 놨던 민주, 강행은 미지수

거부권 행사 비판...‘탄핵소추’ 명시적으로 거론 안해

지지율 하락 우려...다음 승계자도 협조적일지 불확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내란 특검법에 또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동안 최 권한대행에 대해 탄핵을 거론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적 역풍을 우려해 탄핵소추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최 권한대행은 3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법안은 이전 법안에 비해 일부 위헌적인 요소가 보완됐지만 이전 특검 법안과 동일하게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사법 절차 진행을 지켜보아야 하는 현 시점에서 별도의 특별검사 도입 필요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내란특검법은 최 권한대행이 지난달 31일 1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외환 행위와 내란 선동죄를 삭제하는 등 일부 내용을 수정해서 발의한 법안이다. 이에 따라 특검법은 국회로 돌아와 재표결을 거치게 됐다. 재표결에서도 부결되면 특검법은 폐기된다.

이에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탄핵소추'를 명시적으로 거론하진 않았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최상목 대행이 결국 하지 말았어야 할 선택을 했다. 내란 특검법을 거부함으로써 자신도 내란 가담 또는 동조 세력이라고 자인한 꼴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내란 특검법에 제3자 추천 방식을 포함했고, 법원행정처가 제시한 안을 담아 국가기밀 유출 위험도 원천 차단했다"며 "그런데도 최상목 권한대행은 위헌성과 국가기밀 유출 우려를 거부권 행사의 이유로 들먹였다"고 반박했다.

다만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당장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크게 벌어졌던 여야의 정당 지지율 격차가 최근 급격히 줄어들면서 다수당으로서 국정 안정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질책이 여론에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탄핵을 주도했기 때문에 국정 혼란을 수습할 책임이 민주당에 있는 것"이라며 "국회 다수당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는데 부족함이 있지 않았나"라고 쓴소리를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다음 권한대행 직무 승계자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이 탄핵 카드를 꺼내 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