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홍콩행 여객기 화재 사고의 원인을 두고 기내 후미 선반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증언이 이어지며 보조배터리 발화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29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화재를 처음 발견한 승무원은 항공기 뒤쪽 주방에 있다가 닫혀 있던 선반 내부에서 연기와 불꽃이 나는 것을 보고 관제탑에 "계류 중인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신고했다.
당시 화재 현장에 있던 승객들도 비슷한 증언을 내놓았다. 한 승객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기내 수하물을 두는 선반에서 '타닥타닥' 하는 소리가 난 후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고 말했다.
또 다른 승객은 "승무원이 '앉아 있으라'고 한 뒤 소화기를 들고 왔으나, 이미 연기가 자욱했고 선반에서 불똥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기내에서 근무 중이던 승무원 역시 "항공기 좌석 28열 오버헤드빈(머리 위 선반)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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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반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기내 수하물 내 특정 물체에서 발화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승객이 기내 수하물로 선반에 넣은 보조배터리가 압축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조배터리, 전자담배 등은 여객기 내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에도 김포발 제주행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와 태국 방콕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이스타항공 여객기에서 보조배터리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국제 항공 규정에 따르면, 160와트시(Wh) 이하의 보조배터리는 기내 반입이 가능하지만, 이를 초과하는 배터리는 반입이 금지된다. 이번 사고에서도 배터리 규정 위반 여부가 조사될 전망이다.
사고 여객기 BX391편(A321 기종, HL7763)은 28일 오후 10시 15분경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홍콩으로 출발 준비 중이었다. 여객기에는 승객 169명(외국인 22명 포함), 승무원 6명, 탑승정비사 1명 등 총 176명 이 타고 있었다.
불은 후미 선반에서 시작돼 여객기 전체로 확산됐다. 당시 기내에서 근무 중이던 승무원은 기장에게 즉각 보고했고, 기장은 유압 및 연료 계통을 차단한 뒤 비상탈출을 선포했다.
불은 1시간 16분 만인 오후 11시 31분에 완전히 진압됐다. 이 과정에서 승객 3명과 승무원 4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대부분 치료 후 귀가했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정책실장을 중심으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하고, 부산지방항공청 산하에 지역사고수습본부를 운영하며 사고 수습에 나섰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발생 직후 항공사고조사관 3명을 현장에 급파했으며, 29일 추가 파견 인력을 결정할 예정이다. 우선 블랙박스(FDR) 및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를 회수해 데이터를 분석 할 계획이다. 또한, 탑승자 증언 및 항공기 운항 기록을 종합해 정확한 발화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