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영 "국세청, 탈세 제보 처리 느려.. 세무행정 내실화 추구해야"

탈세 제보 이월.. "상습 탈세자에 증거조작 기회 제공할 수 있어"

매년 2만여건에 이르는 탈세 제보 가운데 약 40%가 당해 처리되지 못하고 이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부족한 인력을 확충하고 처리 의무 기간을 규정하는 등 세무행정의 내실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연수을)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간 국세청에 접수된 총 탈세 제보 건수 7만9485건 중 36.5%에 이르는 2만9000건이 제때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탈세 제보 건수는 ▲2020년 2만1147건 ▲2021년 2만798건 ▲2022년 1만7777건 ▲2023년 1만9763건이었다. 이 중 다음 해로 넘긴 탈세 제보 이월 건수는 ▲2020년 9355건 ▲2021년 8056건 ▲2022년 5930건 ▲2023년 5659건 등이었다.

지방청별로는 대구지방국세청의 이월률이 44.9%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부산청 42.5%, 서울청 40.7%, 인천청 33.6%, 중부청 31.4%, 대전청 31.4% 등의 순이었다.

문제는 탈세 제보 확인이 늦어지면 세무조사 착수 여부 판단도 늦어져 탈세 기업 또는 개인이 관련 자료를 인멸·조작하는 등의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는 것. 이에 탈세 제보를 접수·처리하는 부서의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일영 의원은 "연도별 담당 인력 수는 ▲2020년 149명 ▲2021년 161명 ▲2022년 164명 ▲2023년 166명"이라며 "2020년 이후 소폭 증가했지만 사실상 2021년 이후로는 제자리 수준"이라고 짚었다.

특히 지방청별 업무처리 인원은 대구청 16명, 광주청 17명, 인천청 19명 등에 불과했다. 인천청의 경우, 지난해 1인당 약 127건을 처리하는 등 전국에서 서울청(146건) 다음으로 높은 업무 과중도를 보였다.

정 의원은 "더 큰 문제로, 국세청이 탈세 제보에 관한 처리 소요 기간 등 기본적인 업무처리 현황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탈세제보자료 관리규정 제12조에 따르면, 세무서장과 지방국세청장은 탈세 제보 처리 기간이 탈세 제보 접수안내 통지일로부터 60일 이상 걸릴 경우에는 제보자에게 중간 회신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탈세 제보 중간 회신 기록부를 작성 및 보관하게 돼있다.

그러나 정일영 의원 질의에 대해 국세청은 "탈세 제보 통보 횟수, 통보 처리 현황 및 평균 처리 기간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하는 등 탈세 제보 관련 규정과 업무 매뉴얼을 마련했음에도 '제보 처리 소요 기간' 등 기본적인 업무처리 현황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은 "귀중한 국민 제보의 약 40%가 인력 부족과 관리 소홀로 제때 처리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은 탈세 적발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가 무너져 있는 것"이라며 "이런 상태를 방치한 국세청의 행태는 국민 제보를 무의미하게 만들 뿐 아니라 탈세 혐의자와 상습 탈세자에게 증거자료 인멸과 증거 조작의 기회만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의원은 "국세청은 탈세 제보 처리 인력을 보강하고 처리 의무 기간을 규정해 과세 사각지대의 탈세 행위를 축소시키려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국세청의 미흡한 세무행정에 대해 철저하게 파헤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