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시다 "내달 자민당 총재선거 불출마…내가 물러나야 바뀐다"

NHK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치명타…정치불신 초래에 책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오는 9월에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본 공영 NHK 방송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14일 11시 30분부터 총리관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바뀌는 모습을 국민 앞에 제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열린 선거, 자유롭고 활기찬 논전이 중요하다. 이를 향한 첫 걸음은 내가 물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0년째 이어지는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임금을 인상하고 투자를 촉진했다"며 "이 밖에도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정책 전환, 저출산 대책의 실행, 방위력 강화, 견고한 미일 관계를 기초로 주요7개국(G7) 및 유럽연합(EU)의 히로시마 정상회의 개최 등 국제 사회에서 여러 현안 등을 논의해 다각적으로 외교를 전개했으며 큰 성과를 올렸다고 자부하고 있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은 정말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새 총재 하에서는 노사이드, 주류파, 비주류파 할 것 없이 일치단결해 정책력·실행력에 기반한 진정한 드림 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치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총재인지 나 자신도 한 표를 확실히 정해 행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을 둘러싼 문제나 자민당 파벌에서 불법 정치자금 조성하는 등 정치 불신을 초래하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했다"며 "피해자 구제법이나 정치자금규정법의 개정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재발 방지책을 강구하는 것이 총리·총재로서 내 책임이라 생각하고 국민을 배반하는 일이 없도록 신념을 가지고 임해 왔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와 관련해 많은 비판도 받았지만, 국민의 신뢰가 곧 정치이며 정치개혁을 앞당기겠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국민을 향해 무거운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을 검토하기 위해 조기에 결론을 얻어야 한다. 당내 본부에 새로운 워킹그룹을 출범시켜 지시를 내렸으며 내 인생, 내 정치 생명을 걸고 총리·총재로서 과제를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의원 내각제 국가로, 현재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자민당의 총재가 곧 총리가 되는 구조다. 즉 자민당 총선에 입후보하지 않는 것은 곧 총리직 사퇴를 의미한다.

기시다 총리는 '내달 총재 선거에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정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계속돼 왔고 앞으로도 계속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개혁 마인드'가 후퇴하지 않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불출마 결정에 이르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의 생각을 들었지만 마지막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내가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연말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이 불거진 이후 내각 지지율이 10∼20%대에 머물자 당 안팎에서 퇴진 압박을 받아왔다. NHK는 "자민당의 정치자금 스캔들로 내각 지지율이 저조한 가운데 총리가 스스로 책임을 지는 자세를 지기 위해 총재 선거 불출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자민당의 한 간부는 NHK에 "기시다 총리로부터 총재 선거에 불출마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일련의 문제에 있어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총재 선거에는 입후보하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해서 '총리만의 책임이 아니다'고 설득했지만 결심은 단단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자민당 간부는 NHK에 "몇 번이나 입후보해달라고 설득했지만 불발됐다"고 했다. 또 다른 간부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기시다 총리의 결단일 것이다.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