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80대 치어 숨지게 한 택시기사 ‘무죄’...이유는?

항소심 재판부,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1심 파기
“운전자 잘못과 사망 인과관계 엄격히 입증해야”

밤에 시골길을 무단횡단하던 80대 노인을 치어 숨지게 한 택시기사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4일 법조계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 1부(재판장 나경선)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10월 14일 오후 6시 50분께 충남 홍성의 시골길을 시속 85㎞로 달리다 무단횡단하던 80대 마을 주민을 치었고, 노인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검찰은 A씨가 제한속도 시속 70㎞를 초과했고, 전방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택시기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택시 기사의 과속·부주의 때문에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검찰 스스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과속 없이 제한속도에 맞춰 운전하고, 전방 주시를 제대로 했더라도 결과가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심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즉시 제동을 해도 사고를 피하기 어려웠고, 규정 속도를 준수해도 보행자를 인지하는 시각, 사고 회피 가능성 등에 큰 차이가 없다는 도로교통공단의 해당 사고 분석자료 등을 검토했다.

재판부는 "범죄사실 인정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면서 "그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