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복지부 장관, SNS로 전공의에 호소
병원을 지속 가능한 일터로 만들고자
의대 정원 확대, 정부 진심 믿어달라
보건의료체계 정상화에 동참해 달라
대한전공의협의회, 오늘 밤 9시 임시대의원총회
◆…복지부가 '전공의들께 드리는 글'을 SNS에 올렸다. [사진=보건복지부 공식 페이스북]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SNS를 통해 전공의들에게 "병원을 지속 가능한 일터로 만들고자 하는 정부의 진심을 믿어달라"라며 보건의료체계 정상화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조 장관은 이날 복지부 공식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의료계 전공의들께 드리는 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장관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덜어주고 생명을 살리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을 것이다.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있어 아주 작은 실수도 없도록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응급상황에는 지체없이 달려가고, 10시간이 넘도록 수술대에 서고, 환자를 위해 밤새도록 전 세계의 연구논문을 들여다보시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어쩔 수 없이 환자를 잃을 수도 있다. 먹먹한 감정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사법적 절차에 대한 두려움과 마주해야 하는 고충은 엄청날 것"이라며 "겪어보지 않았기에 그 모든 어려움을 온전히 이해한다고는 말씀드리지 않겠다. 힘들지만 가장 중요한 일을 선택하신 전공의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존경과 감사, 격려만으로는 이 체제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라며 "우리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우리의 삶에 대한 기대와 가치관도 분명히 변했다. 그러나 법과 제도, 문화가 시대를 아직 따라가지 못한 면이 있다"고 집었다.
그래서 "보건의료 분야도 그 예외는 아니다. 더 많이 배우고, 경험을 쌓고자 하는 열정, 책임감 있게 맡은 일을 수행하는 성실함, 환자에 대한 헌신에 기대어 긴 근로시간과, 혹독하기까지 한 업무량이 전공의들에게 주어져 왔다"라며 "병원, 특히 중증과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큰 병원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업무와 부담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간 우리는 어쩔 수 없는 현실로 이를 받아들여 왔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라며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안고 있었던 해묵은 보건의료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조 장관은 "어려운 일을 하는 의사들이 노력과 희생에 합당한 보상과 존중을 받고, 과도한 사법적, 행정적 부담은 덜며,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는 것이다"라며 "또한, 전공의들이 과중한 업무로 인해 오히려 수련에 집중하지 못하는 체계를 개선하여 수련기간 동안 본인의 역량과 자질을 더 잘 갈고닦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삶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본인의 삶도 함께 찾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라며 "생명을 살리는 일은 항상 어려울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일에 함께하여 부담이 줄어들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하여 현장에서 많은 반대와 우려가 있는 점도 잘 알고 있다"라며 "그러나 병원을 지속 가능한 일터로 만들고자 하는 정부의 진심은 의심하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또한 "정부가 이야기하는 정책들의 효과가 지금은 바로 체감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정부는 지역과 필수의료의 위기를 극복하고, 의료체계를 살리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이행할 것이다"라며 "현장에서 가시적인 변화를 빠르게 이루어내기 위해 의료사고 안전망 등의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전공의들을 비롯한 현장의 의사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할 것 또한 약속드린다. 정부와의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은 항상 열려 있다"라며 "이러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우리가 이번 위기를 함께 잘 극복한 경험이 정부와 의료계 간 소통과 믿음, 상호 존중의 밑거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청년의사들은 우리나라 미래 의료의 희망이다. 처음 의사의 길로 이끌었던 마음, 좋은 의사가 되어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을 국민은 변함없이 믿고 있다"라며 "함께 하면 멀리 갈 수 있다. 여러분 자신과, 미래에 대한민국 보건의료를 함께 책임질 후배들이 더 나은 여건과 문화 속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체계를 정상화하는 긴 여정에 동참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라고 전했다.
지난 6일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고 2035년까지 의사 인력을 1만 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자 의료계가 단체행동을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오후 9시 온라인으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싫증 난 개 주인처럼 목줄을 내던지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오는 15일 전국 곳곳에서 궐기대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도 "더 이상 의사들을 범죄자 소탕하듯 처벌하지 말라"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응급의료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계의 집단행동 예고에 정부는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과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등을 내리는 한편 집단행동에 따른 의사 면허 취소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