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후자금 날아갔다"...홍콩 ELS 손실에 후폭풍 우려

기초자산 되는 홍콩 H지수 반토막

금융당국, ELS 상품 판매 현황 조사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이 알려지면서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에 따른 손실 규모만 최소 3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은행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 등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홍콩 ELS 상품 관련 민원은 총 25건 중 17건이 65세 이상 고령자의 민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ELS는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나 개별 종목이 주가와 연계돼 수익 구조가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보통 출시 후 1~3년이 지나면 만기일이 도래하고, 수익이 나면 6개월마다 조기 상환도 가능하다. 다만 손실 발생의 기준점이 되는 '녹인 구간(knock-in barrier)'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ELS의 기초자산이 되는 홍콩 H지수는 2021년 2월 19일 1만2106.77로 고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해 24일에는 6075.65까지 떨어지는 등 반 토막이 났다.

녹인(손실구간)에 진입한 7조원 가량의 ELS 만기가 임박하면서 은행 불완전판매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전북 전주에 거주하는 강모(58) 씨는 지난 2021년 2월 NH농협은행에서 노후 자금을 위해 모은 돈 8000만원을 ELS에 투자했다가 원금의 절반에 불과한 4000만원밖에 남지 않았다고 통보받았다.

강씨는 "은행원에게 정기예금 가입을 문의하니 예금보다 이율이 높고 원금 보장도 되는 안전한 상품이라며 ELS를 소개받았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은행 측이 상품에 대해 10여분밖에 설명하지 않은데다 H지수에 큰 변동이 있었는데도 연락조차 주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ELS 손실로 인한 사연들이 여러 건 올라왔다. A씨는 74세 어머니가 노후 자금 전부를 예치했던 은행 직원으로부터 H지수 연계 ELS 가입을 권유받아 투자했는데 원금의 40％ 이상 손실을 봤다는 소식에 건강을 잃었다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글을 게시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H지수는 변동성이 큰 편이지만, ELS에 가입하는 일반 투자자는 이런 사실을 잘 모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 측이 고객에게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의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어야 한다"며 "그렇게 안 했다면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의 홍콩 H지수 연계 ELS 상품 판매 현황과 이에 따른 손실 가능성에 대해 지난 20일부터 조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