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항구 및 석유 터미널 폐쇄
"사우디-러 긴축 완화한 이란산 원유 수출 줄어들 수도"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무산 가능성도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로 인한 분쟁이 확대되며 원유 공급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촉발되면서 9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4% 이상 급등했다.<사진 로이터>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브렌트유는 4.2%(3.57달러) 상승해 배럴당 88.15달러를 기록했으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3%(3.59달러) 올라 86.38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장중에서 두 유종 모두 5% 이상 급등했다.
지난주 국제유가는 고금리 장기화가 예상되며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우려로 급락했다. 브렌트유는 약 11% 하락했고 WTI는 8% 이상 하락했다. 하지만 중동 분쟁으로 인한 공급 부족 우려로 유가가 반등하며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 하마스는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통해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기습 공격, 수백 명의 민간인을 살해하고 인질을 끌고 갔다. 이스라엘은 이에 맞서 전쟁을 선포하며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 교전 사흘째인 이날, 양측에서는 1,50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CBIC프라이빗웰스 US의 레베카 바빈 수석 에너지 트레이더는 "원유에 대한 가장 심각한 결과는 분쟁이 원유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더욱 파괴적인 대리전으로 확대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 이스라엘의 아슈켈론 항구와 석유 터미널이 분쟁으로 인해 폐쇄됐다고 전했다.
이번 분쟁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의 화해를 중재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무산시킬 위험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의 방위 협정에 대한 대가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협상 중이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 관리들은 지난주 6일, 협상의 일환으로 내년 원유 생산량은 늘릴 의향이 있다고 백악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분쟁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상화와 이에 따른 원유 증산 가능성이 줄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공격으로 단기 석유 재고에 즉각적으로 큰 영향이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2023년 말까지 하루 13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지정학적 위기까지 더해지며 올해 남은 기간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분석가들은 또한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크게 증가한 이란산 원유 수출이 이번 분쟁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캐롤라인 베인 수석 원자재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이 이번 하마스 공격에 연루됐다고 미국이 판단할 시 제재를 강화해 이란의 석유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삭소은행은 지난 1년간 이란의 생산량이 하루 60만 배럴 가까이 증가하고 국내외 저장된 원유가 시장에 판매됨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한 긴축 상황이 일부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의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분쟁으로 원유 시장의 변동성과 투기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주요 국제 항공사들이 이번 사태 이후 텔아비브를 오가는 항공편을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분석가들은 분쟁으로 인한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을 강화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수요가 위축될 수 있는 금리 인상을 강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