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협정 중단보다 심각한 '인도 쌀 수출 금지'…세계 식량 위기 촉발

세계 곡물 교역량 40% 차지…42개국 수입 쌀 절반 이상이 인도산

인도, 물가 안정 위해 수출 금지 조치…지난 10월 이후 쌀가격 30% 상승

곡물 가격 최대 15%까지 오를 수 있어…국제 쌀 가격 1년간 14%올라

"인도 금지령, 또 다른 국가의 금지 조치 촉발할 수 있어"

세계 최대의 쌀 수출국인 인도가 국내 물가 상승을 완화하기 위해 쌀 수출을 금지하면서 세계 쌀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미국 CNBC와 영국 BBC 등 외신은 인도의 이번 조치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어렵게 한 흑해곡물협정의 중단보다 더 심각한 식량 안보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고 전했다.

인도는 세계 곡물 무역의 약 4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쌀 수출국이다. BBC에 따르면 2022년 인도는 140개국에 2,200만 톤의 쌀을 수출했다. 지난해 세계 쌀 무역량 추정치는 5,600만 톤이다.

또한 약 42개국에서 수입되는 쌀의 절반 이상이 인도산이며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 쌀 수입 시장의 인도 점유율은 80% 이상을 넘어선다.

인도는 지난달 20일 국내 물가 안정을 이유로 세계 교역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인디카 백미에 대한 수출을 중단시켰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도의 쌀 수출 금지가 흑해곡물협정 중단 사태보다 세계 식량 안보에 더 큰 위협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도 국제경제관계연구위원회(lcrier)의 아쇽 굴라티와 라야 다스는 "백미의 국제 가격이 상승할 것이 분명하며 아프리카 국가들의 식량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피에르올리비에 구린차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로 세계 곡물 가격이 최대 1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셜리 무스타파 쌀 시장 분석가는 인도의 수출 금지 조치가 좋지 않은 시기에 취해졌다고 지적했다.

현재 쌀 가격은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태국 파키스탄, 베트남과 같은 다른 주요 아시아 쌀 생산국의 글로벌 공급망에 추가 위험을 초래하며 지난 10년 중 최고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 쌀 가격은 지난해 초부터 상승세를 이어오며 지난해 6월 이후 14%가량 올랐다.

실제 고르지 못한 장마와 홍수 등 기상이변이 쌀 공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비료 가격 상승으로 재배 비용이 오른 상황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무역 차입 비용 또한 증가했다.

인도는 2007년 바스마티 쌀에 대한 수출금지령을 내린 바 있다. 인도 정부는 이듬해 금지령을 해제했지만, 당시 바스마티 쌀의 가격은 거의 30% 상승해 100중량(cwt)당 22.43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농업 연구 회사인 국제감자센터(CIP)는 당시 인도는 바스마티 쌀의 세계 무역에서 주요 역할을 차지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며 이번 인디카 쌀에 대한 금지 조치가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BBC는 작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식품에 대한 수출 제한을 부과하는 국가의 수가 3개국에서 16개국으로 늘어난 가운데 인도의 수출 금지가 또 다른 국가의 금지 조치를 촉발할 수 있는 더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08년 베트남이 쌀 수출 금지를 조치하자 중국, 인도, 캄보디아 등 또한 동일한 조치를 취해 당시 쌀 가격이 52%나 상승했다.

하지만 인도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식량 인플레이션에 관해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금지령을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IP는 "이 수출 금지가 해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내년 4월 인도 총선까지는 금지 조치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의 인플레이션은 식량 가격 상승에 힘입어 6월에 4.8%까지 상승했다. 쌀 가격은 지난해 10월 이후 30% 이상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