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격 급등' 식량안보 위협에 EU “우크라 곡물 전량, 육로 우회해 수출”

지난주 밀가격, 우크라 침공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상승

EU "철도·도로로 EU국가 통해 수출…운송비 지원 방침"

우크라 농산품 수입 증가...폴란드 등 인접국에 논란 예상

러, 협정 이탈 후 흑해항구도시 및 다뉴브 곡물 수출 기반 시설 공격

흑해곡물협정 종료 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어려워지며 세계 식량안보가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의 곡물 전량을 도로와 철도 등 육로를 통해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를 위한 운송 비용을 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지난 17일 요구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흑해곡물협정에서 이탈하고 흑해 항구도시와 다뉴브강의 곡물 수출 기반 시설을 공격하면서 세계 밀 가격이 급등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주 19일, 시카고 상품거래소(Chicago Board of Trade, CBT)의 연질 적색 겨울밀은 이날 하루에만 전일 대비 8.5% 상승해 부셸당 7.28달러에 거래됐으며, 경질 적색 겨울밀은 전일 대비 5.3% 상승해 부셸당 8.67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해 2월 이래 밀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흑해는 우크라이나 곡물 대부분이 운송되는 핵심 해상 수출로다. 앞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흑해곡물협정이 세계 식량안보에서 "필수 불가결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EU는 흑해 항구를 대체할 육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야누시 보이치에호프스키 EU 농업 담당 집행위원은 25일(현지시간) "우리는 거의 모든 농산물을 '연대회랑'을 통해 수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연대회랑'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 헝가리 등 EU 회원국을 통한 철도 및 도로 수송로를 의미한다.

보이치에호프스키 집행위원은 또한 EU가 이에 대한 운송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공동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EU 국가를 통한 곡물 수송 확대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증가로 농민들이 압박을 받고 있는 폴란드 등 우크라이나 인접국에서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EU는 폴란드, 불가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5개국이 오는 9월 15일까지 우크라이나 밀, 옥수수 등의 농산물에 대해 국내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허용했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름반도 드론 공격에 대한 보복 공습이라는 명분으로 지난 일주일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 공습을 퍼부었으며 25일(현지시간) 새벽에는 우크라이나가 흑해 항구의 대체 곡물 수출로 사용하고 있는 다뉴브강의 기반 시설을 공격했다.

이날 올레 키퍼 지역 주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이 밤새 오데사 지역을 다시 공격했다. 이번에는 다뉴브강의 항구 인프라가 그들의 목표"라며 "러시아는 우리 곡물의 수출을 완전히 차단하고 세계를 굶주리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이 막혀 전 세계 곡물 가격이 폭등하자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지난해 7월 체결된 협정이다.

러시아는 자국의 요구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협정 만료일인 지난 17일 이를 중단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조건이 충족된다면 즉시 곡물협정의 협상에 복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