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후 퇴출된 'SWIFT 복귀' 조건으로 내세워
유엔, 러 농업은행 자회사 SWIFT연결 방안 제안
푸틴 "약속 이행된 후 협정 참여하는 방법 있어"
오는 17일 만기일…유엔 "세계 식량안보 우선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로이터>
로이터통신, CNN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TV에 출연, 인터뷰를 통해 유엔이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한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유엔 사무총장으로부터 제안이 담긴 서한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전날 12일,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흑해곡물협정 연장의 대가로 러시아 농업은행인 로스헬호스방크의 자회사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연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서방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SWIFT에서 퇴출시켰다.
앞서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자회사를 만드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고 SWIFT에 연결하는 데 3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며 EU의 제안을 "의도적으로 실행 불가능하다"고 일축한 바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옵션 중 하나는 연장을 하고 약속이 지켜지는지 보는 것이 아닌 약속이 이행되면 참여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협정 참여를 중단할 수 있다"며 "모든 당사자가 우리에게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다시 한번 말한다면 우리는 이를 이행하게 하고 이 협정에 다시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러시아 크렘린궁은 협정 재개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흑해는 우크라이나 곡물 대부분이 운송되는 핵심 해상 수출로다. 해마다 4,500만 톤의 곡물을 공급하는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로가 차단된다는 것은 국제 곡물 시장에 큰 위협이다. 앞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흑해곡물협정이 세계 식량안보에서 "필수 불가결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피브데니 항을 통과하는 암모니아 파이프라인 송출 재개와 로스셀호스방크의 SWIFT 복귀 등을 요구 조건으로 내세우며 흑해곡물협정의 파기를 거듭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은 러시아에 연장을 촉구하는 동시에 요구 조건을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또한 이날 협정 연장을 위해 유엔과 튀르키예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파르한 하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사무총장은 모든 관련자에게 세계 식량안보를 우선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그와 팀은 이미 이뤄진 진전을 기반으로 협정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세르게이 베르시닌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부락 아크카파르 튀르키예 외무부 차관과 전화 통화를 통해 흑해곡물협정에 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이날 양측은 "우크라이나 식품 수출에 관한 흑해곡물협정 이행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베르시닌 외무부 차관은 전날 12일에도 레베카 그리스판 유엔 무역 고위 관리와 이와 관련해 전화 통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이 막혀 전 세계 곡물 가격이 폭등하자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지난해 7월 체결된 협정이다.
당초 120일 기한이었던 협정은 지난해 11월과 지난 3월 60일씩 연장됐으며 지난 5월 만기를 하루 앞두고 2개월 연장됐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측이 항구 승인을 제한하는 등 규정을 위반하면서 사실상 협정이 무효한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