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통과했지만, 대립 첨예…간호계 찬성 vs 의사·간호조무사 반대

지난달 27일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의료단체가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지난 3일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간호법 재논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오는 17일 연대 총파업 등의 더욱 수위 높은 투쟁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 간호법 핵심 내용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 내 간호 관련 내용을 별도 법률로 분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된 내용으로는 ▲간호사의 업무 명확화 ▲간호종합계획 5년마다 수립, 3년마다 실태조사 ▲환자 안전 위해 적정 간호사 확보와 배치 ▲처우개선 기본지침 제정, 재원 확보방안 마련 ▲ 간호사 인권침해 방지 조사, 교육의무 부과 등이다.

■ 반기는 대한간호협회와 간호교육계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지난달 27일 성명서를 통해 "지난 2021년 3월 25일 여야 3당이 함께 발의하고, 국회에서 여야 및 정부가 함께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간호법안(대안)을 심의·의결하여 주신 국회의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호법안은 17대 및 20대, 그리고 21대 국회에서 3번째로 발의된 법안으로서 2005년 국회 입법으로 시도된 후 무려 18년 만에 이루어진 매우 뜻깊고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일부 의료기득권 세력들이 보건의료체계를 위협한다는 주장은 불필요한 기우일 뿐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간호법은 국민의 보편적 건강보장과 사회적 돌봄을 위한 법률이자 우수한 간호인력 양성, 적정배치, 숙련간호인력 확보를 위한 국가의 책무를 법제화하였기에,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간호대학(과)장협의회·한국전문대학간호학(부)장협의회 등 간호교육계도 간호법 국회 통과를 반겼다.

이들 단체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간호법은 대한민국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고 간호돌봄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다. 간호법은 전 세계 90여 개국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입법체계이며, 제정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법안"이라며 간호법 국회 통과를 환영했다.

이어 "간호법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1차례 공청회와 4차례의 법안심사소위를 거치면서 각 보건의료직역단체 간의 이견과 쟁점을 모두 해소했으며, 이 과정에서 간호법 대안이 마련, 여야 만장일치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의 간호법 가짜뉴스 유포는 여야 합의로 마련된 간호법을 전면 부정하는 행위이며 상임위원회에서 적법한 절차와 논의 과정을 통해 마련된 간호법을 무시하는 독선적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간호법 제1조에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의 안전을 도모해 국민의 건강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지역사회', 즉 요양원이나 가정간호센터 등에서 간호에 필요한 사항이면 의사 없이 간호사 단독 의료행위가 허용되고 간호사 단독 개원까지 가능해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현행 의료법(2조·33조)은 간호사의 업무를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 등의 지도 하에 이뤄지는 진료 보조'로 제한하고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의 학력을 '고졸'로 상한을 둔 데 대해 반대하고 있다. 간호조무단체는 충분한 의료 지식·훈련을 갖추려면 간호조무사 양성을 위한 2년제 대학 학과 등이 신설돼야 한다며 간호조무사 자격 기준을 '고교 이상 졸업자'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 국민의힘 "협력체계 깨트려 큰 부작용 초래…직역 형평성 맞지 않아"
국민의힘은 간호법이 협력체계를 깨트리고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원내대책 회의에서 "그동안 의료법 아래 일원화돼 있던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의 협력체계를 깨트려 우리의 보건·의료에 큰 부작용을 초래하고 말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에 직역 종사자 모두 제 나름대로 각각의 역할 있는데 특정 직역에서 자기 역할을 강조하며 별도의 법안을 밀어붙이는 건 다른 직역 종사자와 형평에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윤 원내대표는 간호법 제정안에 반대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을 만나 "갈등이 잘 조정되고 (입장이) 반영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며 "단식을 중단하고 나머지는 저희에게 맡겨달라"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 등 관계자들이 단식 투쟁 중인 농성장을 찾은 윤 원내대표는 "다른 13개 단체들 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직역 간 갈등이 심각해서 합의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을 통과시켜서 저희도 난감하다.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고 민주당도 설득해보겠다"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이자 여당에서 발의한 법안…반대 이해 안돼"
민주당은 간호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후보였을 당시의 공약이기도 하고 국민의힘에서도 간호법 관련 법안을 발의했는데 반대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월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선을 앞두고 "간호법은 여야 3당 모두가 발의한 법안으로 복지위가 논의한 대로 정부가 조정안을 가져오면 국민의힘은 즉시 간호법 제정이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간호사분들의 헌신과 희생에 국민과 정부가 합당한 처우를 해주는 것이 바로 공정과 상식"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대한간호협회의 숙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간호법 제정을 약속한 바 있다. 이제 와서 말을 바꾸거나 시간을 끈다면 특정 이익집단의 주장에 휘둘려 국민의 요구와 국민들께 한 약속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3일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일단 지켜봐야 한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간호법 관련 법안 중 국민의힘에서 발의한 법안이 2건이다"라며 "심지어 그날(본회의) 반대 토론하신 (국민의힘) 의원도 2개 다 발의하셨다"고 전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단식 중인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을 찾아 "여러 의료단체들이 제기하는 현안들에 대해 민주당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윤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9일 또는 16일 결정될 듯
윤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 결정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간호법은 민주당의 주장대로 윤 대통령 후보 시절 당시의 공약이기도 하고 간호법이 거부될 경우 간호계의 반발 또한 격렬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련해 "직능 단체 의견 수렴과 당정 협의를 거쳐 충분히 숙의한 다음에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야권의 강행 처리가 거부권 행사 판단의 기준이 되는지 묻자 "그런 일반적인 원칙하에서 검토는 시작하지만, 각각 법안에 대해서도 특수성을 고려할 것"이라며 담당 부처와 관련 단체, 여당 의견을 두루 듣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간호법은 4일 정부로 이송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를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이의가 있다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국회로 돌아가 다시 재의를 거치게 된다.

일각에서는 국무 일정 상 오는 9일 또는 16일 국무회의 때 거부권 행사 안건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간호법은 지난 27일 본회의에서 재석 181명 중 찬성 179표, 기권 2표로 가결됐다. 간호법 제정안에 반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대 토론을 한 뒤 항의의 뜻으로 본회의장에서 퇴장, 표결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