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달러 초과시 국세청 자동 통보...1만달러 미만 사각지대
거액 송금 아니면 증여세 과세 자진신고에 의존
유동수 "역외 재산 이전을 통해 증여세 회피 시도"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최근 5년간 국내에서 해외로 나간 증여성 송금 규모가 25조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송금을 통한 증여세 회피는 성실 납세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고의성 여부에 따라 강하게 처벌 및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5년간 개인이전거래(당발송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2021년 당발송금 규모는 268만7473건으로 25조1847억원(미화 223억2006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발송금은 은행이 고객의 송금 대금을 국외로 보내는 외화 송금을 뜻한다.
해당 자료는 전체 당발송금액 가운데 '개인의 이전거래'로 분류되는 증여성 해외 송금액을 별도로 파악했다. 한국은행은 무분별한 외화 유출을 제한하기 위해 국내에서 해외 송금 시 거래 은행에 수입대금, 화물운임, 교육·의료서비스 등 500여 개에 달하는 지급 사유 코드를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해외 거주자에게 증여 성격으로 송금한 연도별 자금 규모는 ▲2017년 4조9323억원 ▲2018년 5조1065억원 ▲2019년 4조5933억원 ▲2020년 3조8410억원 ▲2021년 4조8103억원 등이다. 올 상반기(1월~6월)에도 1조9012억원이 증여성 해외로 송금됐다. 한 번에 약 933만원의 금액이 해외로 건네진 셈이다.
건수로는 2017년 44만8774건, 2018년 38만7250건, 2019년 56만390건, 2020년 51만8166건, 2021년 53만5577건, 2022년(1~6월) 23만7316건을 기록했다.
유 의원은 "해마다 5조원에 달하는 돈이 개인 간 이전거래로 해외로 나간다는 점에서 증여세 회피 가능성을 면밀히 들여봐야 한다"며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역외 재산 이전을 통해 회피를 시도하는 해외판 ‘아빠 찬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환거래 규정에 따라 연간 동일인 해외송금 합계가 1만 달러를 초과한 경우에만 해당 내역이 국세청에 자동 통보되다 보니 1만 달러 미만 송금액의 경우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는 허점이 발생했다. 또 거액 송금이 아닌 경우 대체로 증여세 과세를 자진 신고에 의존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국세청은 "한국은행으로부터 해외송금 자료를 전달받아 국세 전산망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통해 조사, 세원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세업무 전반에 활용된다"고 밝혔다. 다만 "과세 점검과 통보 건수 등 사후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동일한 사람에게서 지속적인 당발송금이 이뤄짐에도 국세청의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는 국세청이 탈법적 증여세 회피에 손 놓고 있는 상황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역외 재산 이전을 통한 증여세 회피는 성실 납세자가 대부분인 우리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다"며 "증여성 거래에 대해 더욱 까다롭게 검토해 회피를 미리 방지하고 고의성 여부에 따라 강하게 처벌 및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