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형 CMA에 올해만 4조 유입
4사 발행어음 잔고 23조...반년새 40%↑
중도해지 시 최대 70% 수수료
기준금리 3%를 앞둔 고금리 시대에 증권사 발행어음이 연 4%대 금리를 내세우며 인기를 끌고 있다. 증시 침체로 투자자예탁금이 줄어드는 가운데 발행어음에는 올해 들어서만 4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다만 발행어음은 원금보장 대상이 아니며 중도해지 시 불이익이 있는 만큼 투자 시 유의가 필요하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8월말 기준 11조6609억원으로 작년말(7조4646억원) 대비 56.2% 급증했다. 연초부터 유입된 돈만 4조1963억원이다. 반면 같은 기간 투자자예탁금은 67조5307억원에서 53조633억원으로 23.8% 감소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고객이 맡긴 돈으로 투자하고, 그 손익을 토대로 원금과 약속한 이자를 제공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금융상품이다. CMA/수시형, 약정형(만기형), 적립형으로 구분된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IB(투자은행) 가운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이 자체 신용(자기자본의 200%)을 바탕으로 발행하고 있다.
이들 증권사의 발행어음 잔고는 상반기 기준 23조3807억원으로 작년말(16조7267억원) 대비 39.8% 증가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각사가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차입부채) 규모는 한국투자증권 10조3683억원, KB증권 5조9366억원, NH투자증권 3조7231억원, 미래에셋증권 3조3527억원 순이다.
증권사별 발행어음 금리는 대동소이하다. CMA/수시형의 경우 4곳 모두 2.55%로 같았다. 수시형은 고객이 직접 발행어음을 매수하는 상품이며 발행어음형 CMA는 계좌 입출금 시 발행어음을 자동 매수·매도하는 상품이다.
약정형(만기형) 금리는 한국투자·KB·NH투자증권은 2.55~4.15%, 미래에셋증권은 2.55~4.10%이며 기간별로 다르다. 6개월 약정의 경우 3.0~3.65% 수준이다.
매달 정해진 금액을 매수하는 적립형은 한국투자증권 4.5%, KB·NH투자증권 4.0%의 이자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달 토스뱅크를 통해 내놓은 특판상품은 나흘 만에 2000억원 한도가 소진됨에 따라 금리가 최대 4.2%로 조정됐다. NH투자증권도 지난 3월 농협금융지주 10주년을 기념해 10% 발행어음 특판을 진행한 바 있다.
고환율 장세를 고려해 외화 발행어음을 매수할 수도 있다. KB증권 2.5~3.7%, 한국투자증권 2.45~3.55%, NH투자증권 2.4~3.15% 순으로 금리가 높다.
발행어음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는 연말 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발행어음 금리도 더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 기준금리를 2.5%로 올리자 이튿날 증권사들은 기존 2.75~2.90% 수준이던 1년 약정형 금리를 4.10~4.15%로 인상한 바 있다.
다만 증권사 발행어음은 은행 예·적금과 달리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높고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초대형 증권사가 발행하는 상품이므로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5000만원 한도의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증권사가 부도·파산할 경우 최대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중도해지 시 불이익도 있다. 약정형 상품을 중도에 인출하면 약정수익률의 50%만 지급하고, 적립식의 경우 8회 미만 납입 시 약정수익금(세전)의 70%를 해지 수수료로 부과하는 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