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10조+거래소·예결원 등 0.7조 출자
코로나 때 조성했으나 증시 급반등해 미활용
코스피200 편입·공매도 과잉 종목 수혜 전망
◆…19일 금융규제혁신회의 출범식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증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10조7600억원 규모로 조성된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증안펀드를 적절한 시기에 도입함으로써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취임식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상황을 봐서 필요하다면 공매도 금지 외에도 증권시장 안정기금(증안기금)을 활용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취임 후 첫 과제로 ‘금융시장 안정’을 꼽았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역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이 증안기금 활용 효과에 대해 살펴보고 있을 것”이라며 “도입 시점이 핵심일 텐데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신중한 분인 만큼 잘 고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언급하는 증안기금은 2020년 코로나19발 금융위기 때 조성했던 10조7600억원 규모의 3차 증안펀드다. 국책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에서 10조원,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금융투자협회 등 유관기관에서 7600억원을 공동출자해 증시가 회복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의 증안기금 언급은 원론적 수준”이라며 “우리나라와 달리 대만은 개인투자자의 증시안정 요구에 따라 21조원 규모의 증안기금 투입을 결정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증안펀드는 그간 증시안정에 큰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증안펀드의 모태가 되는 증안기금(4조8500억원)은 1990년 대규모의 깡통계좌 매물을 동시호가로 일괄 매입하며 시장 폭락에 대응했다. 당시 증시는 레버리지 투자와 과도한 증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이 맞물려 폭락했다.
2003년 신용카드 대출 부실사태(4000억원)와 2008년 리먼브러더스발 글로벌금융위기(5015억원) 당시에도 증안펀드 효과로 증시가 반등 혹은 저점을 형성했다. 평균 거래대금의 약 20%(2003년), 8%(2008년)의 펀드 조성금으로 큰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코로나19발 금융위기 때는 3차 증안펀드(10조7600억원)를 조성했으나 유동성의 힘으로 증시가 급격한 반등을 보이면서 펀드 금액을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긴축 기조와 경기침체 우려로 코스피는 연일 하락 추세다. 증시안정을 위해 재빠른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3차 증안펀드는 개별 종목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시장 대표지수 상품에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상장지수펀드(ETF)와 패시브 펀드에 자금이 집행될 예정이기에 코스피200, KRX300 등 대표지수에 포함된 종목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공매도가 많은 종목의 경우 증안펀드 집행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의 숏커버(재매입)가 발생하고 추가로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3차 증안펀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조성된 만큼 실제 집행이 이뤄진다면 그 효과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다만 증안펀드의 목적이 증시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닌 ‘안정화’하는 것에 있기에 한 번에 큰 금액을 집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