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압박하는 미국…"중국에, 반도체 노광장비 팔지마"

미국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에 반도체를 만드는 노광장비를 중국에 팔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5일(현지시각)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요청은 중국이 목표로 한 세계적 반도체 생산기지의 꿈을 좌절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네덜란드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장비인 노광장비를 얻지 못해 중국 반도체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노광장비란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초정밀 장비로 반도체 제작에 필수적이다. 미국은 네덜란드에 기존 기술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가운데 일부를 팔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DUV는 불화아르곤(Arf) 광원으로 193나노미터 단파장이다. 극자외선(EUV)은 차세대 기술로 플라스마 광원 13.4나노미터 극초단파장이다. 따라서 DUV가 EUV보다 예전 기술이긴 하나 발전을 거듭해 EUV로만 할 수 있던 5나노미터까지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DUV의 기술성숙도는 95% 수준으로 EUV(88~90%)보다 높으며 최첨단 미세공정 반도체가 아니고선  DUV 노광장비를 쓴다.

익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차관은 최근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방문해 공급망 문제를 논의하던 중 해당 노광장비에 대한 언급을 했다. 또한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가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와 만났다.

네덜란드 정부는 ASML 장비 판매 금지에 아직 동의하지 않았으며 중국과 무역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SML은 이미 네덜란드 정부의 수출금지로 EUV 장비(대당 2150억원)를 중국에 수출할 수 없다.

미국 상무부와 네덜란드 외무부는 논평을 거부했다.

ASML 대변인은 "이번 논의는 새로운 게 아니다"며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고 소문에 대해 어떤 논평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ASML은 세계 최대 노광장비 기업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91%를 차지하며 유일하게 EUV 장비를 만들 수 있는 회사이다. ASML이 중국에 노광장비를 수출하지 않으면 중국 반도체 산업에 크나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힌리히 무역연구재단의 알렉스 카프리 연구위원은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매우 작다"며 "중국의 반도체 증산 계획에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이후 ASML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이날 장중 8.3% 넘게 하락하며 현재 432달러 수준을 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