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담배 끊게 만든다"...니코틴 함량 대폭 줄이는 법안 추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담배에서 니코틴 함량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니코틴 성분을 낮춘 담배는 중독성이 낮아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미국 담배 업계는 단정적으로 결론 지을 만큼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식품의약청(FDA)은 담배 제조·판매 시 니코틴 함량을 최소화하거나 중독성이 없는 수준으로 낮추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FDA는 이어 세부 규정을 마련하고 내년 5월 해당 법안을 공개한 뒤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다만 법안이 마련되면 미국 담배 업계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돼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등 실제 시행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FDA의 니코틴 제거 계획은 10년 넘게 정부 지원 연구 결과에 기초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니코틴 성분이 약 95% 낮은 담배를 피면 흡연량도 줄고, 담배 의존도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바이든 대통령은 향후 25년간 암 사망률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니코틴 제거 법안은 1998년 담배업체들과 미 정부간에 금연을 위한 기념비적인 법정 합의 이후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담배업계는 당시 각주의 보건예산에 2000억달러 이상을 지불하기로 하고 빌보드 광고 금지, 무료 담배 제공 금지 등 다양한 마케팅 규제에 합의하면서 소송을 종료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48만 명이 흡연과 관련된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흡연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으로 2020년 소폭 상승세로 돌아선 것을 제외하면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 성인의 약 12.5%, 3080만 명이 흡연자이며 미 담배 매출은 지난해 990억 달러에서 올해 약 950억 달러로 줄어들 전망이다.

FDA는 니코틴은 그 자체로 암이나 폐질환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흡연에 중독되게 만들고 담배 연기에 들어있는 각종 유해성분이 암과 폐 질환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니코틴 중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온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UCSF)의 닐 베노위츠 박사는 "중독은 통제력 상실을 의미하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며 "흡연자들은 그러한 판단을 내릴 자유를 잃었다"고 말했다.

미국 공중 보건 관계자는 "흡연은 니코틴을 소비하는 가장 위험한 방법"이라며 "니코틴 함유를 최소화한 담배의 경우에도 중독성은 덜하지만 연기에 함유된 유해성분에는 일반 담배와 같은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FDA는 이번 정책의 목표가 미래 세대가 담배에 중독되는 것을 방지하고 흡연자들이 담배를 완전히 끊거나 건강을 위해 다른 방법으로 전환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FDA는 이번 법안이 시행 5년 이내에 1300만 명의 성인 흡연자가 금연을 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