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와 최수령 변호사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소원청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제공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로 인해 '불공정' 논란이 끊이지 않은 '세무사 자격시험' 제도가 결국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됐다.
17일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이하 세시연)은 최수령 변호사와 함께 "세무사 자격시험 방식이 행복추구권,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피청구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세시연은 청구서에 대해 "점수조작을 통합 합격인원 선발, 불합리한 합격한 선발방식에 의한 기본권침해를 골자로 한다"고 했다.
세무사 자격 시험은 1차와 2차에 걸쳐 시행되며 이 중 2차 시험은 회계학 1·2부와 세법학 1·2부 총 4개 과목으로 구성된다. 2차 시험에서 4과목 모두 40점 이상, 평균 60점 이상 점수를 얻어야 합격할 수 있다.
논란이 된 건 지난해 9월 치러진 제58회 세무사 2차 시험이었다. 세무공무원은 출신들은 면제받은 세법학 1부에서 비정상적인 과락률을 기록하면서 일반 수험생이 지나치게 불리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응시자 3962명 중 3254명(82.1%)이 40점 미만으로 탈락했다.
반면, 해당 과목을 면제받은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는 급증했다. 전체 합격자 706명 중 세법학 1·2부 면제자는 151명으로, 전체의 21.4%를 차지했다. 최근 5년(2016~2020년)간 세무사 시험 합격자 중 면제자 비율은 평균 3.05%에 불과했다. 현행 20년 이상 세무공무원으로 일했거나 국세청 근무경력 10년 이상에 5급 이상 재직 경력이 5년 이상이면 세법학 1·2부 시험을 면제받는다.
세시연은 "현재 세무사시험은 국세경력공무원과 일반수험생을 동일한 조건이라는 가정하에 이들을 분리하지 않고 합격자를 선발하고 있으며, 매년 공정에 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합격자 선발방식에 대한 법을 개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논란이 있었던 변리사, 법무사는 경력공무원 응시자와 일반 응시자의 합격정원을 분리해서 운영하기로 개정했다는 게 세시연의 설명이다.
이에 대통령이 세무사 합격자 선정방식을 응시자 유형에 따라 분리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을 제정하지 않은 것, 기재부 장관이 사실상 상대평가로 합격자를 결정하도록 한 행위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세시연 황연하 대표는 "지금의 상황은 그냥 개인이 노력을 덜 했기 때문에 세무사가 되지 못한 것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매우 위헌적인 일이 세무사 자격 시험에서 만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세무사 시험의 합격자를 계속 통제하는 이러한 제도의 운영은 국민들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