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억만장자세 추진에 반발
제도 도입되면 58조원 '세금폭탄'
일반 월급쟁이에 비해 턱없이 낮은 미국 슈퍼리치 소득세율
미실현이익에 과세 쟁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 : 로이터)
지난 27일(현지시간) 머스크는 트윗을 통해 "정부 지출이 진짜 문제"라면서 "모든 억만장자에게 100% 세금을 물리더라도 국가 부채는 조금 줄어들기 때문에 분명히 나머지 부분은 일반 대중에게서 나와야 한다. 이건 기초 수학 문제다. 진짜 문제는 바로 정부의 재정 지출"이라고 했다.
머스크는 다른 트윗에서 "2000년 기준 미 연방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중은 56%였지만 지금은 126%에 달하며 이마저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억만장자세는 정부가 추진 중인 3조5000억달러 규모의 예산안의 10%만 충당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90%는 어디에서 나와야 할까?"라고 적었다.
이런 머스크의 발언을 두고 미국 민주당과 정부는 즉각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놨다.
억만장자세 법안을 추진 중인 민주당 소속 론 와이든 미 상원 재무위원장은 "교활한 사람들이 세금을 내지 않을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며 머스크를 우회적으로 저격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역시 "상류층이 미국 노동력과 경제 향상을 위한 역사적인 투자에 좀 더 많은 돈을 지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자산 증가 447조원…소득세율은 3.4%
미국이 억만장자세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 6월 미국의 '슈퍼리치'들에 대한 소득세 폭로가 있다. 미국의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는 지난 6월 8일 IRS(미 국세청) 자료를 입수, 2014~2018년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25명의 소득세 감면 현황을 폭로하면서 반향을 일으켰다.
보도에 따르면 5년 동안 슈퍼리치 25명이 늘린 자산은 총 4010억 달러(약 447조원)에 달했고, 같은 기간 이들이 납부한 소득세 총액은 136억 달러(약 15조원)였다. 불린 자산의 3.4%를 소득세로 낸 셈.
대표적으로 평소 부유세 신설을 주장하며 납세 의무를 강조하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이 기간 동안 벌어들인 수익 243억 달러의 0.1%에 불과한 2370만 달러를 세금으로 냈다.
대선에도 도전했던 언론 재벌 마이클 블룸버그는 225억 달러의 수익에 불과 1.30%인 2억 9200만 달러를 소득세로 냈다.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2014~2018년 자산이 990억 달러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납부한 연방소득세는 9억7300만 달러로 자산증가액의 0.98%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과 2011년에는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투자 손실이 수입을 초과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프로퍼블리카는 "2007년 베이조스의 자산은 38억 달러 늘었고, 2011년에도 자산증가액이 투자 손실을 넘어섰다"며 "대출로 인한 이자 납부 비용이라는 모호한 항목으로 세금 공제를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2014~2018년 자산이 139억 달러 증가했지만 3.27% 수준인 4억5500만 달러를 소득세로 냈다. 머스크 역시 2018년 연방소득세는 내지 않았다. 미국의 헤지펀드 투자자 칼 아이컨과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도 이런 방식으로 각각 2016~2017년, 2016~2018 연방소득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프로퍼블리카는 연간 7만 달러를 버는 미국 중위소득 가정이 평균 14%의 소득세율을 적용받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부담이라고 밝혔다. 올해 미국 내 최고 소득세율은 부부 연간소득 62만8300만 달러(약 7억원) 이상 가정에 적용된 37%였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소득세 납부 과정은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며 "급여 소득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일반인과 다르게 억만장자들은 자산 증가에도 소득세는 회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자들의 소득은 주로 주식과 부동산 등의 자산 가치 상승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자산을 팔지 않는 이상 소득으로 잡히지 않는다는 것. 프로퍼블리카는 기부 등을 활용해 소득세를 낮추는 방법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선 1920년 "주식, 채권, 부동산 관련 수입은 매각해서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에 과세한다"는 판례가 성립됐고, 이후 보유 주식 가치가 급등해도 팔지만 않으면 소득세 징수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래리 페이지 등 유명 CEO들이 월급을 거의 받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은 최고세율 37% 구간을 적용받는 임금 소득 대신 세율이 낮은 배당금과 주식·채권 투자 차익을 택했다.
◆ 돈 필요한 미국 정부, 법인세 인상 막히자 억만장자세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 로이터)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사회복지 예산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법인세율 인상을 추진했다.
그러나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재원 확보 방안으로 제시된 법인세율 인상이 자칫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예산 규모를 약 1조7000억~2조 달러로 줄이고 대안으로 억만장자세를 제시했다. 억만장자세가 포함된 절충안은 민주당 내 추가적인 지지를 끌어내며 통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억만장자세는 채권 주식 등 자산의 미실현 이익에 대해 최소 20%의 세율을 적용해 연간 단위로 부과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 부동산이나 사업 지분 등 자산을 매각한 후 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과세 대상 기준은 10억 달러 이상 자산 보유자나 3년 연속 1억 달러 이상 소득을 올린 이들이다. 론 와이든 미 상원 재무위원장은 이 조건을 충족하는 이들은 약 7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억만장자세로 벌어들일 수입이 2000억~2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UC버클리대 경제학자인 가브리엘 주크만의 분석에 따르면 억만장자세가 도입되면 머스크는 500억 달러(한화 약 58조원)를 내야 하고, 베이조스가 440억 달러(약 51조원)를 내게 된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20조원이 넘는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