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이 확보한 백신 5%를 개발도상국에 보내자"
개발도상국, 중개 문제로 2~3배 비싸게 구입하고 있는 상황
백신 생산기술 해외로 이전하길 촉구…제조사에 압력 가할 것
"지중해 건너편에 가족 둔 우리 국민 1천만 명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과 미국이 확보한 코로나19 백신 5%를 아프리카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에 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18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은 파이낸셜타임스와 독점 화상 인터뷰에서 개발도상국들이 효능이 확인되지 않은 중국과 러시아 백신을 받고 있다며 서구가 확보한 코로나19 백신 5%를 아프리카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에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마크롱은 "아프리카 나라들은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서구 백신을 유럽보다 2~3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가격에 사거나 효능이 불확실한 중국과 러시아 백신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백신 가격이 중개업자들로 인한 문제라 다른 제조사의 백신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보다 가격이 싸고 유통이 쉬워 개발도상국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보통 아스트라제네카는 2회 접종 가격이 3~5달러(3,320~5,540원)로 화이자 20달러(22,170원), 모더나 15~25달러(16,620~27,710원)의 최대 1/8 수준이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은 중개업자의 영향으로 최소 6~15달러(6,650~16,620원)를 지불하고 있는 것.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19일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백신 수억 개가 부유한 나라에 제공되고 있지만 가난한 나라는 접종 시작조차 못 하고 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백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제약회사들이 해외로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압력을 가할 것이며 가격을 투명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을 위한 지식재산권이 필수적이나 백신 제조사들이 협력하지 않는다면 "모든 나라에서 지식재산권에 대한 정치적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나는 이런 논쟁이 올바르지 않고 도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나 백신 부족에 근거한 초과 이윤에 대한 논의가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핵심은 빠른 실행이다. 당장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분량을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진 백신 4~5%를 빠르게 배분하길 원한다. 이로 인해 우리의 접종 프로그램이 바뀌지 않는다. 각 나라는 백신 수천만 개 가운데 일부를 보내 그들이 어서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메르켈 독일 총리와 이미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메르켈 총리가 지지하고 동의하고 있다"며 백신 공급이 유럽연합보다 많은 미국이 협력하길 원했다.
마크롱은 이 계획이 다자주의를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백신 외교를 포함한 파워 게임이 아니라 공중보건의 문제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변종 바이러스에 효능 있는 백신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개발도상국 접종 문제에 대해 서방국가가 외교적 책임을 지고 있다고 암묵적으로 인정하며 국경을 열고 있길 바라는 모든 나라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와 유럽에 이익이 된다. 지중해 건너편에 가족을 둔 우리 국민 천만 명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백신 접종 속도가 더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보유한 백신 가운데 3~5%를 아프리카로 보내도 국내 접종 프로그램에 하루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오는 늦여름까지 백신 접종을 원하는 모든 성인에게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다.
끝으로 "중동과 발칸반도, 지중해 주변 이웃 나라들을 돕지 않는다면 이들 나라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가 유럽에 퍼질 것이기에 결국 유럽의 경제재개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