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접대비 '족쇄' 풀었다지만…여전히 아쉽다

기업규모별 접대비 손금한도액 상향됐는데
올해 한시적 적용 방침에 "미흡" 시각 짙어
'선입견' 접대비 용어 손질도…정부는 모르쇠
전문가 "업무 관련 지출땐 손금 인정 필요"

정부가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로 위축된 기업들의 영업활동을 돕고자 접대비 감세(減稅) 폭을 늘렸는데, 여전히 현실과 동 떨어진 세제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대부분 기업들이 세법에서 규정한 손금한도를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도, 이러한 부분을 반영하지 못한 '찔끔 인상'이라는 것이다. 접대비 한도를 넘긴 부분에 대한 세금이 불합리하다는 인식은 재계 전반에 퍼져있는 상태다.

접대비 규제에서 빠지지 않는 '용어'에 대한 손질이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도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 활동에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기업 경영환경을 고려하고 내수까지 진작되는 효과를 가지려면 보다 공격적인 방향에서 접대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안엔 접대비 규제를 푸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간 신용카드매출전표 등 적격증명서류가 없는 접대비는 손금으로 인정되지 않았는데, 지출금액이 1만원 이하라면 적격증빙 없이도 손비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불특정 다수인에게 지급하는 물품의 구입비인 광고 선전비 기준금액도 연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렸다.

이러한 세법개정 방향이 발표되기 이전에 기업 접대비 관련한 세금혜택을 늘린 조치가 있었다. 코로나19가 한창 맹위를 떨치던 3월, 당시 국회에서 접대비 손금산입 특례를 확대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의결했다.

접대비는 기본한도(중소기업 3600만원, 일반 1200만원)에 더해 연간 수입금액에 일정비율을 곱한 금액이 추가로 비용으로 인정되는데, 이 개정에 따라 비율이 현행보다 0.03~0.05%로 오른 것이다. 수입금액 100억원 미만 기업은 0.35%, 100~500억원 이하 구간은 0.25%, 500억원 초과 땐 0.06%의 필요경비 한도율이 적용된다. 

예컨대 수입금액이 100억원인 중소기업은 기존 6600만원까지만 접대비로 인정받았으나, 현재는 7100만원[3600만원 기본공제+3500만원(매출액X0.35%)]까지 접대비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시한부 혜택(2020년 한시 적용)이라는 점에서 접대문화를 개선하기엔 미흡하다는 시각이 재계 전반에 퍼져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식사 접대뿐만 아니라 거래처에 혜택을 주는 등의 유사접대비들이 많기 때문에 접대비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이 많은 편"이라며 "20년 넘도록 손금산입 한도를 묶어 놓은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활동지원과 내수경제활성화를 위한 기업 접대비 손금한도 상향과 명칭변경'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은 또 있다. 부정적인 어감을 내포하고 있는 세법상 용어인 접대비다. 기업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위해 일상·관습적으로 쓰는 비용임에도,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면서 이루어지는 은밀한 거래라든지 갑·을 관계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이 때문에 재계 안팎에선 부정적 의미가 짙은 용어를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형성되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기업 접대비 명칭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거셌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이원욱·김병욱 의원은 공동 주최한 '기업활동지원과 내수경제활성화를 위한 기업접대비 손금(비용처리)한도 상향과 명칭변경'이란 토론회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기업접대비는 기업의 경영활동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지출되는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접대비라는 용어가 주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기업의 영업활동이 위축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엔 접대비 용어를 '거래증진비'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 2018년 정부가 그해 세법개정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접대비 용어 변경을 고심한 적이 있다. 세법을 입안하는 기획재정부 내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교제비, 대외협력비 등 대안까지 나왔다. 그러나 '자칫 용어변경으로 법해석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면서 아이디어 수준에 그쳤다.

올해도 정부의 세법개정안엔 접대비 용어 변경 관련 조치는 담기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김영란법(2016년 시행)으로 인해 과거 부정적인 기업의 접대문화도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경영활동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지출되는 비용인 접대비 손금한도를 기업의 현실에 맞게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일각에선 '세금을 통한 재정지출을 하는 것보다 민간부문의 소비지출이 늘었을 때 생산, 고용이 증가되며 경제에도 활력을 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접대비 한도의 확대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남현준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김영란법이 도입되면서 불순한 거래처 접대가 1차적으로 통제되고 있고, 기업 접대문화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접대비의 주 사용처가 소비성 업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미약할 수 있지만 내수 경기 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형태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도 "용어 변경과 함께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만식 세무사(서현파트너스 그룹대표)는 "접대비 여부를 구분하기보다 업무 관련 지출이면 손금으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 "과세 실무행정에서 늘 논란을 빗는 판매부대비용, 판매촉진비 등과 접대비와 모호한 구분도 차제에 입법을 통해 좀 더 확실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