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등 현실에 부합하는 세제지원안 마련돼야
고용효과가 높은 건설업의 성장세가 둔화됨에 따라 하도급업체와의 상생협력을 지원하는 세제혜택과 건설용역 세금계산서 교부시기를 완화해주는 세제지원을 통해 하도급업체의 경영안정을 꾀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건설투자는 과거 경기부진이 심화됐던 1998년 IMF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시기에 경제성장 기여도가 50% 이상에 달했던 바 있다. 반면 최근에는 경기 부진에 건설투자가 지속 줄면서 오히려 성장을 방해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 통계자료에 따르면 건설투자액은 2017년 283조원에서 2018년 271조원, 2019년 262조원 등 최근 2년 3~4%씩 감소하는 추세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주요 기관들은 올해 건설투자도 -2~3%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하도급 대금 현금 결제 유도하는 대·중·소기업 상생책 필요
재계전문가들은 건설업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부작용과 한계가 많다고 보고 하도급업체의 자금 유통을 활성화 시켜 경기부양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세제지원 등 유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대형 건설사와 중견·중소기업의 상생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건설산업을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견해다. 이 중 하나로 협력업체 현금결제 시 세제지원 방안이 꼽힌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일부 기업에 국한된 자율적 현금 결제가 1차 협력사에 제한된 경우가 많아 효과가 미미하고 이에 대한 유인책도 없어 결제금액의 1000분의 3을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개선안을 내놨다.
금융업계 전문가도 "2·3차 협력사에도 현금결제가 이뤄지도록 유도하면 통화 유통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며 "어음 결제에 따른 금융비용을 절감해 하도급업체의 수익성 개선 시 경기부진을 타개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건설용역에 대한 지원은 업계 안팎으로 절실하다고 평가된다. 건설업이 국내 산업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중요성이 높다.
◆…건설업 취업·고용·생산유발계수. 자료=한국은행 산업연관표/대한건설협회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업 종사자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체 취업자 2739만명 중 204만명으로 7.5% 비중을 차지하는 등 경제성장의 근간 역할을 하고 있다. 2015년 기준 건설업의 취업 유발계수도 12.5로 전 산업 평균치인 11.8을 웃돈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 유발계수 역시 9.2로 전 산업 평균 8.0을 상회한다. 취업·고용 유발계수는 최종 수요가 10억원 발생 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와 피고용자수를 말하는데 건설업의 생산 유발계수도 1.997로 평균치 1.813보다 높게 나타났다.
건설용역 세금계산서 교부시기 현실화…이월결손금 공제 재검토 해야
건설용역의 경우 세금계산서 교부시기 완화가 거론된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에서는 역무의 제공이 완료되는 날 이후 받기로 한 대가에 대해 역무 제공 완료 당일을 용역의 공급시기로 규정하고 있으나 최종 정산 확정은 그 뒤에 이뤄지는 만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주처의 대가 확정 전 세금계산서 발행 거부, 용역 공급 관련 증액 요구 등의 문제로 인해 현장에서 세금계산서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상장사협의회는 "건설공사용역에 한해 역무 제공이 완료된 뒤 대가가 확정되는 날을 공급시기로 규정하는 내용으로 세금계산서 교부시기를 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건설업계는 업종 특성상 장기 사업이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이월결손금 제도를 합리화하는 방안도 요구하고 있다.
현행법상 이월결손금을 당해 소득에서 공제하는 한도는 공제기한에 대해서 각 사업연도 개시일 전 10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한도 초과분이 공제기한 내 충분히 적용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사협의회는 '2020 세제개선 건의문'을 통해 "장기적인 연구·투자가 필요한 신사업과 외산 대체 소재·부품·장비 등을 개발하는 경우 정상적인 사업 궤도에 오르기까지 10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 현 이월결손금 사용기한 10년 제한은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경우 기존 20년이었던 이월결손금 공제기간을 2018년 폐지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플랜트 사업 등을 영위하는 건설사는 10년 이상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성고와 수익인식 기준의 차이에 따라 공사 이후에도 대금 완전 정산 전까지 손실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월결손금 공제기간 연장 시 대규모 해외 건설공사에 대해 완료 때까지 세부담을 줄여주면 해외수주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 매출액 추이. 자료=통계청
"건설투자 활성화 대책 마련 시급"
건설업의 매출 증가세는 큰 폭으로 꺾였다. 통계청의 '2018년 기준 건설업조사 결과'를 보면 2018년 건설업 매출액은 394조 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0.6% 증가에 그쳤는데 이는 IMF 외환위기로 인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1999년 이후 20년 만에 최저 수준의 기록이다.
이에 건설산업 회복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얻기 위한 민간 유인책이 더욱 절실하다. 건설협회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국내외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비상시국인 만큼 과거 하지 않았던 전례 없는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건설투자 축소와 수주 악화가 국내 고용둔화, 타 산업 부실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 저하로 인해 종사자 고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시 사회 취약계층 취업자수 감소 등 전반적인 국내 고용 둔화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올 1월 선행지표인 전체 건설수주는 건축과 토목 부문 모두 감소해 건설경기 하강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기업 투자 활성화 대책과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시장 후폭풍에 대비해 산업 일자리 창출력 제고 등에 주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