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손으로 역외탈세 잡으라굽쇼?" = 역외탈세 대응활동 특수활동비가 내년부터 20% 삭감되면서 국세청 직원들이 속만 끓이고 있다. 정보수집을 위해선 정보를 사기 위한 '자금'이 필수적이지만 특수활동비가 '눈먼 돈'으로 인식되면서 국세청 예산마저 삭감되어 버렸다.
국외에서 벌어지는 역외탈세 대응활동에 사용하는 특수활동비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됐다. 정부 전체적인 특수활동비 삭감 열풍에 '불똥'을 맞은 것이다.
14일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2018년 예산안 각목명세서(국세청)'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 중 역외탈세 대응활동 특수활동비 예산은 올해 45억6000만원 대비 20%(9억1200만원) 삭감된 36억4800만원으로 편성됐다.
역외탈세가 아닌 일반 탈세대응강화 특수활동비 역시 올해 88억9000만원에서 20% 삭감된 71억1000만원이 내년도 예산으로 책정됐다.
감사원이 지난달 국세청을 비롯한 19개 기관을 대상으로 특수활동비 집행실태 점검을 벌인 결과 내년도 특수활동비를 올해보다 17.9% 감축할 수 있다고 판단, 이를 전 부처에 권고했고 이에 따라 전 부처가 특수활동비를 20% 수준에서 감액했다.
특수활동비는 탈세를 잡기 위한 일종의 정보수집 활동에 쓰이는 돈으로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예산. 지난 4월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사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돈봉투를 돌린 것이 논란이 되면서 특수활동비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눈먼 돈'이란 지적이 쏟아졌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줄이겠다고 선언하면서 여론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이런 기류에 따라 국세청도 자의반 타의반 특수활동비 삭감 대열에 합류하기는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소득탈루나 탈세를 잡기 위해선 비밀스러운 정보수집 등 활동이 필수적임에도 정부나 청와대가 업무의 특수성은 고려하지 않은채 일률적으로 예산을 삭감하라고 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주장이다.
특히 역외탈세 대응활동 특수활동비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역외탈세의 경우 해외에서의 정보수집이 탈세를 잡는 핵심 열쇠지만 이를 위해서는 소위 정보제공자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고 이렇게 사용하는 돈은 증빙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어려움을 국회도 인정, 지난 2013년 12월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 소속된 의원들이 국세청이 요구한 특수활동비 예산보다 15억원을 증액한 61억원을 책정했다.
당시 이전환 국세청 차장은 "역외탈세 활동은 정보수집이 제일 중요하다. 해외에 나가는데 기본적으로 1년 10억원 남짓 든다"며 "특수활동경비가 있어야 제대로 된 정보 수집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증액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곡히 말씀드린다"고 호소했고 의원들이 이를 받아들여 과감히 증액했다.
하지만 정부는 당시 복지 예산이 부족하다며 소위에서 증액시킨 안을 삭감해 45억6000만원으로 책정했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이를 받아들여 특수활동비 증액은 물거품이 됐다. 당시 책정된 45억6000만원이 매년 동결된 채 지금까지 이어지다가 내년에는 20%가 삭감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삭감된 20% 중 10%는 특정업무경비로 이관됐지만 특정업무경비의 경우 영수증 등의 증빙서류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특수활동비와는 쓰임새가 다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역외탈세를 잡으라고 국회에서 특수활동비를 증액까지 해준 것도 잊었는지 모르겠다. 업무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만 전 부처가 일률적으로 삭감하다보니 우리가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제조세 파트 분야 직원들을 자꾸 기업에서 스카우트 해가는 마당에 일을 하라고 예산을 지원해주지는 못할 망정 예산을 줄인다니 답답하다"며 "역외탈세를 잡으라고 호통만 치면서 정작 탈세를 잡을 실탄은 주지 않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