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핀셋증세' 찬반 팽팽…"방향성 맞다"vs"정치 퍼포먼스"

소득세 최고세율을 42%로 인상하고 법인세 최고구간(과표 2000억원 초과·세율 25%)을 신설하는 이른바 '핀셋증세'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28일 8명의 조세전문가를 대상으로 정부의 '2017년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핀셋증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찬성 입장에서는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의 방향이 올바르다고 밝혔으며 반대 입장에서는 정치적 측면만 의식했다고 지적했다.

찬성 입장을 보인 김갑순 동국대 교수(한국세무학회장)은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하고 그 주된 세목이 개인소득세가 되어야 한다"며 "이번 개정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부담여력이 있는 소득세 과세표준 3억원을 초과하는 소위 초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과 대주주 주식양도세율을 현행 20% 단일세율에서 3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서는 25%로 5%p 인상한 점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대목"이라고 밝혔다.

박성용 웅지세무대 교수는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18%(2014년 기준)로 OECD의 평균인 25.1%(2014년 기준)보다 낮은 편이고 우리나라와 규모가 비슷한 유럽국가 중 평균정도인 이탈리아(30.3%)와 비교하면 매우 낮다"며 "선진국의 국격과 그에 따른 복지를 얻으려면 국민도 투자를 해야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상희 현대회계법인 회계사와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은 맞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계사는 "문재인 정부의 여러 가지 공약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한 것은 기정사실이고,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가장 먼저 선택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며 "다만 이러한 핀셋증세는 임시방편이다. 경제주체 모두가 복지재원을 부담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고소득층 및 기업의 적정 세부담 측면에서 소득세 및 법인세 세율을 인상한 점은 의미가 있다"며 "반면 대상이 너무나 좁아서 정치적 측면을 너무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정 세목의 세율이 너무 많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본부장 역시 "문재인 정부 공약에서 구체적이지 못하였던 재원조달 방안을 구체화 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특정계층과 기업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향후 요구되는 전반적 증세에 대한 납세자들의 납세순응에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동조했다.

핀셋증세 자체를 반대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재원마련수단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린 것으로 이해하지만 세율은 한번 올리면 재조정하기 어렵다"며 "경제에 미치는 파급 영향, 각 경제주체에 미치는 귀착효과, 효율성과 형평성이라는 앵글에서 최적안이 무엇인지 폭넓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증세 방안들에 대한 결론을 도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경근 율촌 조세자문부문장은 "근로소득자 면세자 비율은 2014년 기준으로 48%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핀셋증세가 정당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 신설에 대해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부문장은 "주요 선진국 등이 자국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앞다투어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치권의 논리에 밀려 스스로 최후의 카드라고 천명한 증세안을 쉽게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킨 것은 우리나라의 조세정책 수립의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가 얼마나 정권의 힘 앞에 무력해졌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본부 경제연구실장은 "소득재분배와 재원조달이라는 세법개정안의 목표는 달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법인세 과세구간을 확대하고 최고세율을 인상해 소득재분배를 개선하려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다는 의견이 우세였다.

강석구 팀장은 "조세원칙인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근로소득자 면세자 비율(46.8%)을 줄여야 한다. 법인부분에서도 적자기업 비중이 34%에 달한다"며 "기업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의미로 풀이되는데, 세금을 충분히 낼 정도로 역량이 확보될 수 있도록 기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세수 확보와 경제성장의 선순환구조를 이루어내는 길"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갑순 교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 개선'의 방향성은 A학점, 개정안 도출 배경의 논리성과 경제적 효과의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B학점을 주고 싶다"며 "향후 5년간 어느 정도의 개선을 목표로 어떠한 세목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가 하는 로드맵을 제시했어야 했다. 향후 보완이 필요한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박기백 교수는 "세수 추계는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재원 조달에 불충분한 수준으로 평가한다"며 "핀셋 증세가 아니라 적절한 세부담에 대한 논의를 하여야 하며 복지를 원한다면 보편적인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박성용 교수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박 교수는 "무엇이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며 "시작은 미약하지만 초고속층과 초대기업의 증세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행하면서 우리나라 상류층이 우선 솔선수범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대다수의 국민들도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과 그에 따르는 복지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 중부담-중복지의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의견 전문(가나다순)]

□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

Q. 세법개정안에 소득세 최고세율이 42%로 인상되고 법인세 최고세율이 과표 2000억원 초과·25% 인상되는 '핀셋증세' 내용이 담겼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통해 국가의 개혁과제를 뒷받침하려면, 재원확충이 필요할 것이고 재원마련수단으로써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린 것으로 이해한다. 다만 세율은 한번 올리면 재조정하기 어렵고 경제에 미치는 파급 영향, 각 경제주체에 미치는 귀착효과, 효율성과 형평성이라는 앵글에서 최적안이 무엇인지 폭넓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증세 방안들에 대한 결론을 도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Q.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연간 5조5000억원의 세수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은 연간 세부담이 8167억원이 줄어들고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6조2683억원의 세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는데, 세부담 수준이 적정하다고 보는가.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한 총평은?

= 조세원칙인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는 OECD 주요국가에 비해 높은 근로소득자 면세자 비율(46.8%)을 줄여 나가야한다. 법인부분에서도 적자기업 비중이 34%에 달한다. 기업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의미로 풀이되는데, 세금을 충분히 낼 정도로 역량이 확보될 수 있도록 기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세수 확보와 경제성장의 선순환구조를 이뤄내는 길이다.

□ 김갑순 동국대 교수(한국세무학회장)

= 2014년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Oxfam)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를 토대로 조세제도로 빈부격차가 개선되는 효과(지니계수 감소율)를 계산한 결과, OECD 회원국 평균이 35%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9%(15년 13.5%)로 OECD 회원국 중에 최하위권이었다.

또한 2013년 기준으로 전체 조세수입 중 법인세가 차지하는 법인세 부담률은 OECD 회원국 평균이 8.5%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4.0%이었고, 개인소득세 부담률은 OECD 회원국 평균이 24.8%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15.3% 수준이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하고, 그 주된 세목이 개인소득세가 되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개정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부담여력이 있는 소득세 과세표준 3억원을 초과하는 소위 초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을 인상과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의 세율을 현행 20% 단일세율에서 3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서는 25%로 5%p 인상한 점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대목이다.

= 개정안에 대해 학점으로 총평을 요약하자면, 목표인 방향성은 A학점, 개정안 도출 배경의 논리성과 경제적 효과의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B학점을 주고 싶다. 목표인 방향성에 대해 A학점을 주는 이유는 이번 세법개정안이 내세운 조세정책의 기본방향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 개선'으로서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경제문제 개선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안 도출 배경의 논리성과 개정안이 목표로 하는 경제적 효과의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B학점보다 높은 점수을 주기 어렵다. 최고 4%p 인상된 소득세 최고세율을 소위 초고소득자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제시한 논리적 근거는 OECD 25개국 평균이 41.9%로서 42%가 국제적 수준에서 과하지 않다라는 점과 대상인원이 9만3000명 정도로 핀셋으로 집어 올릴 수 있을 만큼 적다라는 점이다.

세율 인상과 인상 폭의 정당성은 그로 인해 세부담 형평성이 얼마나 향상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정부는 이번 소득세율 인상과 그 폭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한 근거로서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소득양극화가 얼마나 개선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줬어야 했다.

동시에 향후 5년간 어느 정도의 개선을 목표로 어떠한 세목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가 하는 로드맵을 제시했어야 했다. 향후 보완이 필요한 아쉬운 부분이다. 또 다른 문제는 실현가능성이다. 세제지원은 국가보조금보다 선제적이고 운영상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그 효과성은 기대보다 미흡할 수 있다.

□ 김상희 현대회계법인 회계사

= 문재인 정부의 여러 가지 공약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한 것은 기정사실이고, 대부분의 경제주체가 활력을 완전히 상실한 작금의 상황을 고려할 때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가장 먼저 선택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또한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통해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정상화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다만 이러한 핀셋증세는 임시방편이 될 수밖에 없으며 핀셋증세를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경제주체 전반의 활력을 되살려 궁극적으로는 경제주체 모두가 복지재원을 부담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 정부가 전망한 세법개정에 따른 기대세수 효과는 그 산정 근거와 추정방법을 알 수 없어 예측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난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달성을 위해 178조원 가량 소요될 것이라고 총량은 밝혔지만 재원확보 방안에서는 구체적인 방안보다는 세입확충과 세출절감이라는 원론적인 부분만 언급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과거와 달리 이번 세법개정을 통해 얼마나 재원이 확보되는지는 좀 더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최근 몇 년 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양극화 해소'라는 문구가 세법개정안에 다시 등장한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가장 높이 평가하는 점은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다.

비록 국민개세주의 차원에서 이번 핀셋증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존재하나 대부분의 경제주체가 활력을 완전히 상실한 지금의 상황을 고려할 때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고, 이를 통해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정상화하고 조세정의를 실현하여 점차적으로 모든 국민이 조금씩이라도 세부담을 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

= 고소득층 및 기업의 적정 세부담 측면에서 소득세 및 법인세 세율을 인상한 점은 의미가 있다. 반면 대상이 너무나 좁아서 정치적 측면을 너무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정 세목의 세율이 너무 많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세수 추계는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재원 조달에 불충분한 수준으로 평가힌다. 핀셋 증세가 아니라 적절한 세부담에 대한 논의를 하여야 하며 복지를 원한다면 보편적인 증세가 불가피하다.

□ 박성용 웅지세무대 교수

= 우리나라가 중진국의 끝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우리나라의 개혁도 중요하지만 시작은 선진국들의 타산지석이 필요한데 그 예로 OECD국가의 현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18.0%(2014년 기준)로 OECD의 평균인 25.1%(2014년 기준)보다 낮은 편이고 우리나라와 규모가 비슷한 유럽국가 중 평균정도인 이탈리아(30.3%)와 비교하면 매우 낮다. 선진국의 국격과 그에 따른 복지를 얻으려면 국민도 투자를 하여야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

= 무엇이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초고속층과 초대기업의 증세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행하면서 우리나라 상류층이 우선 솔선수범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대다수의 국민들도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과 그에 따르는 복지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 중부담-중복지의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 이경근 율촌 조세자문부문장

= 최고 소득계층을 타깃으로 하는 부자증세, 즉 '핀셋증세'가 논리적으로 타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중산 서민층보다 이들 부자들의 세금납부가 그동안 형평측면에서 미흡했었다는 전제가 있어야 타당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국세 통계를 보면 상위 1% 법인이 전체 법인세의 약 80% 수준을 납부하고, 소득세도 상위 1% 납세자가 전체 소득세의 약 40% 규모를 납부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약 1700만명의 근로소득자 중에서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 '면세자' 비율은 2014년 기준으로 48%인데 이는 면세자 비율 20~30%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핀셋증세가 정당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법인세 측면에서 보면 현재 미국, 영국, 일본등 주요 선진국등이 자국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앞다투어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법인세율 증대를 추진하는 경우 생길 수 있는 외국인 투자 위축 등의 부작용은 정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논리에 밀려 스스로 최후의 카드라고 천명한 증세안을 쉽게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킨 것은 우리나라의 조세정책 수립의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가 얼마나 정권의 힘앞에 무력해졌는 지를 잘 보여준다.

요컨대, 현 정부의 핀셋증세 정책은 실증분석에 따른 치밀한 계산을 토대로 한 정책이라기 보다는 포퓰리즘에 떠밀려 국내 정치논리에 따라 수립된 정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런 점에서 과거 유럽이 겪었던 부작용과 후유증이 우리에게도 조만간 찾아오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 이런 전망은 증가되는 세부담에도 불구하고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현재와 같은 소비와 투자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정부의 증세정책으로 전반적으로 경제활동과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생각되고 그 결과 소득세와 법인세의 미래 과세표준 자체가 축소되어 증세 효과는 예상보다 훨씬 작을 수도 있다. 만일 세율인상이난 감면 축소등으로 세수를 쉽게 증대시킬 수 있다면 어째서 OECD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의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본부장

= 새정부 공약에서 구체적이지 못하였던 재원조달 방안을 구체화 한 것으로 평가한다.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특정계층과 기업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향후 요구되는 전반적 증세에 대한 납세자들의 납세순응에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본부 경제연구실장

= 소득재분배와 재원조달이라는 세법개정안의 목표는 달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법인세 과세구간을 확대하고 최고세율을 인상하여 소득재분배를 개선하려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다단계 세율구조를 가진 국가도 최고세율 기준금액이 가장 높은 나라가 21.4억원에 불과하다. 법인세를 통해 소득재분배를 개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한 결과다.

우리나라가 현행 최고구간 200억원도 모자라 2000억 원을 구간을 신설하려는 이유는 법인세가 기업이 내는 세금이고 대기업의 주주는 부자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대기업일수록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고 중소기업일수록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기업에게 중과세할 경우 대기업의 소액주주가 중소기업의 대주주보다 많은 세금을 내게 되어 조세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법인세가 인상되어 임금이 하락하고 제품가격이 상승하면 그 부담은 소비자와 노동자에 전가된다. 또한 자본유출이 심화되고 경기가 위축되면 저소득층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하기 때문에 법인세 강화는 소득재분배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소득세의 누진도는 세계 최고 수준에 있음에도 소득세의 소득재분배 개선율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 이유는 과세자 비율이 낮아 소득세수의 규모가 적기 때문이다. 소득재분배는 누진도 뿐만 아니라 세원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는 게 정설이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구조를 고려할 때 최고세율을 올려 누진도를 높이는 것보다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여 세원을 넓히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 개방화가 가속화되고 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되고 있어 자본뿐만 아니라 고급인력의 국제간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있다. 부자증세는 분명 자본유출과 고급인력의 해외유출을 초래할 것이다. 이에 따라 투자감소, 고용감소, 내수위축 등 경기가 침체되면서 부자증세로 걷을 수 있는 세수입은 정부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세수입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의 복지재원이 5년간 178조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로운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현 정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 번 도입된 제도는 폐지하기 어렵다는 점과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요구되는 비용은 체증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복지재원조달은 부자증세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서민감세-부자증세'를 표방하면서 '복지는 공짜, 세금은 부자의 몫'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장기적인 복지재정 규모와 재원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더 많은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세부담도 늘어난다는 것을 솔직히 밝혀야 한다.

[전문가 총평]2017년 세법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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