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공익법인 주식 보유한도 10%→20%
자선·장학 등 우회지배 목적 없을 때
정부가 공익법인에 주식을 기부할 경우 상속·증여세가 면제되는 '주식출연한도'를 올리기로 했다.
선한 의도로 기부를 했다가 엄청난 증여세를 물게 되는 경우는 막아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이른바 '제2의 황필상'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2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7년 세법개정안을 발표, 관련 법률개정안(국세기본법등)을 입법예고 및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9월1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공익법인이 특정 회사 주식을 기부 받을 경우 발행주식의 5%(성실공익법인 10%)를 넘기면 세금을 매기고 있다. 이는 재벌의 승계 수단으로 악용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
실제 공익법인이 일부 대기업의 사실상 지주회사로 활용되면서 공익에 대한 기여도가 낮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선의의 기부'에도 과세를 해야 하느냐다.
180억원을 기부했다가 무려 140억원의 '세금폭탄'을 맞은 황필상씨의 사례를 들 수 있다.
황 씨는 자신의 수원교차로 주식 90%를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기부할 예정이었다.
이후 모교에서 주식을 직접 증여받은 것이 어렵다고 해서 설립한 구원장학재단에 180억원 상당의 주식을 기부했다. 그런데 5년이 지나 국세청에서 수원교차로 주식 5%를 초과해 기부했다는 이유로 장학재단에 증여세 140억원을 부과하게 된 것이다.
황 씨는 국세청의 세금 부과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며, 올해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7년간 자신을 옭아맨 법정 다툼에서 이겼다.
황 씨가 장학재단에 주식을 출연한 사실이 있더라도 장학재단의 설립과정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면 황 씨와 장학재단을 특수관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당시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다시 말해, 황 씨가 출연한 주식이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정부도 이에 공익법인을 통한 자선 활동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비과세 상한선인 '5%룰' 규제를 풀기로 했다. 성실공익법인의 주식 보유한도를 10%에서 20%로 올렸다. 단 자산·장학·사회복지 목적이 있거나 상출기업집단(대기업)과 특수관계가 없었을 때에 한해서다.
여기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도 달았다.
사후 검증은 더 꼼꼼히 한다.
출연한 주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더라도 일정 요건을 어겼을 때 증여·가산세가 부과되는데, 이 사유에 '성실공익법인(의결권 있는 주식의 10~20%보유)이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도 넣었다. 또 성실공익법인은 출연 받은 자산 3%를 매년 공익사업을 위해 사용(의무지출제도)해야 한다.
공익법인을 단체기준으로 손질했다. 구체적으로 세법상 지정기부금단체, 기부금대상민간단체이거나 특정목적 기부금 수령단체다. 또 시설·교육비를 기부 받은 사립학교, 국립대학병원 등 법정기부금단체로 나눴다.
아울러 법정기부금단체 범위에서 '공공기관 또는 법률에 따라 직접 설립된 기관'을 삭제해 지정기부금단체로 이관했으며, 지정기부금단체 범위에 기획재정부가 고시로 정한 공공기관이나 법률에 따라 직접 설립된 기관을 넣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