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일보 글로벌 조세정책연구회 제4차 토론회-
리우올림픽에서 8연패를 달성한 우리나라 양궁처럼 우리 세법도 뚜렷한 원칙아래 개정을 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증세없는 복지, 비과세·감면 축소 등 박근혜 정부가 출범 당시 세운 세제의 원칙이 모두 무너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지적이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조세일보 글로벌 조세정책연구회와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한국세무사회가 후원한 '2016년 세법개정안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이 주장했다.
이날 토론 사회를 맡은 안 교수는 우리 세법이 원칙없이 개정되고 있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안 교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양궁 8연패라는 대기록이 달성됐다"며 "여러 언론들이 하나같이 하는 분석은 양궁협회가 원칙을 참 잘 지켰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선수 선발에 대해 무슨 압력이 와도 원칙을 지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는 증세가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근데 (증세가)없었는가? 비과세·감면 축소 폐지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는데, 정말 그랬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물론 양궁과 국가 살림살이를 하나의 잣대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이번 세법개정안이 과연 원칙있는 세법개정안이었는지는 곱씹어봐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안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세법 제정의 근본적인 절차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했다.
안 교수는 "조세법률주의 입장에서 보면 법률은 국회가 만드는 것이니 국회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며 "기재부 세제실도 국회 안에서 역할을 맡는 것이 맞을 수 있다. 국회가 얼마만큼 (세금을)거둬 쓰라는 것을 행정부는 이를 집행하면 원론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국회의 실력이 그만큼 올라왔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4차 방정식을 다수결로 풀지는 않는다. 알파고를 다수결로 만들어냈나. 일부 천재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미래 10년 먹거리를 위해 R&D 공제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비과세·감면 정비라는 원칙에 함몰되고는 한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세금 포퓰리즘에 의해 정말 가야할 때를 놓치면 안된다"며 "스마트폰, 자동차, 제철 등이 없었으면 우리나라는 어쩔 뻔 했나"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국세통계연보가 발표되는 시기가 늦어 좀 더 최신의 정보를 가지고 세법을 논의하지 못하는 데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또한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안 교수는 "국세통계연보 자료가 너무 늦다"며 "세법을 연구하기 위해 2015년 통계를 봐야하는데 2014년, 2013년 자료를 봐야하는 상황이니 답답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학생들과 계산을 해보니 가장 최악의 경우가 각 사업연도 소득금액의 3% 정도였다"며 "세액산출 방법이 너무 복잡하다. 차라리 법인세를 올리고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없애는 것이 낫겠다고 (학생들과)얘기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또한 안 교수는 근로소득자 면세자 비율이 높은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안 교수는 "근로소득자 면세자 비율이 48%라는 것은 우리나라 노동시장 구조가 파트타임제 근로자가 많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며 "졸업한 학생들, 심지어 세무사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수습할 때 한달에 8~90만원, 많으면 150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스위스가 도입하려다 실패한 300만원 가량의 기본소득 제도를 우리나라도 10년 뒤에 논의할 수도 있다"며 "성경에서도 먼저 퇴근한 이에게 같은 달란트를 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