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용카드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함에 따라 '존치냐 폐지냐'의 갈림길에 서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제도를 폐지했을 때 근로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살려두는 쪽으로 결론을 낸 것이다.
다만 제도의 축소 또는 폐지라는 기본 모토를 유지하기 위해 '공제한도'를 내리는 방향으로 재설계했다. 서민·중산층의 세부담을 고려해 총급여(연봉에서 비과세 근로소득을 제외한 급여) 기준으로 1억원 이상을 받는 고소득자에 한해 공제한도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제도를 폐지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반발도 틀어막고 공제한도를 줄여 어느 정도 수준의 세수도 확보하면서, 그동안 소득이 클 수록 공제혜택이 커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지적에도 유연하게 대응하는, '1석3조'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6년 세법개정안'을 발표, 관련 13개 법률개정안(국세기본법 등)을 입법예고 및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9월2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제도의 적용기한을 2019년 말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현재 신용카드 사용분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총급여액의 25%를 초과한 금액의 15%를 소득공제(한도 300만원, 전통시장 및 대중교통 사용액 각 100만원 한도 추가 인정)해주고 있다.
앞서 정부는 이 과세특례 제도에 대해 심층평가를 진행했는데, 평가 결과에서는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단계적으로 정비(축소 또는 폐지) 필요성이 제시됐다. 정부는 이 점을 고려해 공제제도를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손질했다.
공제한도는 급여 수준별로 차등 적용한다.
구체적으로 총급여 1억2000만원 초과 구간에 대해서는 공제한도를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낮추고 7000만원~1억2000만원 이하 구간은 2년(2017~2018년) 동안 300만원 한도를 유지하되, 2019년부터는 50만원 깎인 250만원만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7000만원 이하 구간은 현행 300만원의 공제한도가 계속 유지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제한도를 차등 적용한 이유에 대해 "현행 소득공제 방식이 세율이 높을수록 공제혜택이 커지는 점 등을 감안해 급여수준에 따라 공제한도를 달리 설정했다"고 밝혔다.
가령 총 급여액이 1억3000만원인 근로자가 신용카드로 5000만원을 지출했다고 치자.
현재는 263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연말정산에서 63만 가량 세금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다만 같은 급여 수준이라도 신용카드 지출액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같은 조건으로 4400만원을 지출했다면 공제액은 173만원으로 세부담 변화는 없다.
총급여액이 8000만원인 근로자는 2년 동안 동일한 금액을 지출했을 때 공제액은 변함이 없으나, 2019년부터는 지출금액 등에 따라 20~50만원 가량의 세금혜택을 덜 돌려받게 되는 구조가 된다.
개정안은 또 신용카드 등으로 중고차를 구입했을 때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중고차 거래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다. 내년에 신용카드로 중고차를 구입하면 구입금액의 10%를 내후년(2018년) 연말정산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