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세무법인 박점식 회장이 조세일보와의 인터뷰 중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세무법인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지만 대표의 방이 없었다.
고정된 자기 책상이 없이 '스마트 오피스' 방식으로 운영되는 천지세무법인에는 임원급 직원들에게도 개별 사무공간(방)이 없다는 것이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의 설명이었다.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해 직원들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어디서나 일할 수 있도록 했고, 손님이 찾아올 경우 빈 사무실이나 회의실을 이용하면 된다고 했다.
사무실 한켠에 마련된 작은 방에서 소탈한 미소로 기자를 맞이하는 박 회장에게서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최근 일명 '고시출신' 젊은 세무사들의 롤모델로 꼽히는 세무법인 매출 10위권으로 알려진 천지세무법인 박 회장을 만나 세무법인 경영부터 개인 인생사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Q. 업계에서 이미 너무나 잘 알려져 있지만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한번 부탁드린다.
A. 천지세무법인의 설립자이자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는 박점식 세무사다. 1955년 전남 신안에서 태어났으며, 지난 1980년 제17회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며 세무사를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Q. 천지세무법인은 매출 10위권 안에 드는 세무법인으로 알려져 있다. 소위 말하는 '청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인가?
A. 결국은 인간관계, 즉 신뢰라고 본다.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관계형성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 부분은 과거에도 그렇지만 최근에 오면서 더욱 요구되는 사항이다.
과거 세무사 업무는 자료를 입력한다던지 하는 물리적인, 시간을 요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IT의 발달로 거의 자동화되었다.
직원들이 할 일을 대부분 컴퓨터가 해준다. 그럼 사람이 해야할 일이 무엇이냐면 바로 인간관계다. 최근 흔히들 얘기하는 '소통'과 '공감'이 핵심이다.
Q.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어떤 것인가?
A. 세무사 업무를 크게 나누면 기장대리시장이 가장 크고, 그 외에 심판, 불복, 세무조사대리 등 여러가지가 있다. 기장을 제외한 다른 업무들은 케이스별로 계약에 의해 고객과 연결된다.
하지만 기장대리는 주로 장기고객들이다. 장기계약을 통해 어떤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오랫동안 고객과의 관계가 이어진다. 이러한 부분은 어떤 타 자격사들도 갖지 못한 것이다.
기장대리 시장에 대해 심혈을 기울여야 하고 고객관리를 어떻게 철저히 할 것인지를 연구해야 한다.
천지는 그런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정 고객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할지 항상 생각하는 것이다.
요즘은 세금계산서, 신용카드, 현금영수증이 세무회계프로그램과 연동되어 거의 90% 가까이 자동기장이 된다.
과거에 일일히 이것들을 손으로 입력해야하던 시절, 우리는 '입력센터'를 따로 만들었다. 자료 입력은 단순업무이기 때문에 분업화하면 그만큼 효율성이 높아지고 직원들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확보한 시간 동안 직원들에게 고객과의 접촉을 늘리도록 했다.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까 결정하기 이전에 일단 고객과의 소통으로 친근감을 만드는게 우선이다.
과거 30여년 전 세무사 수수료보다 지금이 오히려 적다. 그렇다보니 과거에는 한 고객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작은 업체들이 쉽게 만날 수 있는 전문자격사는 세무사가 유일했다. 그래서 세무사들이 고객들에게 요즘말로 하는 '컨설팅'을 하는게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은 과당경쟁으로 가격을 낮추고 직원 1인당 맡는 고객수를 늘리다보니 고객들에게 돈 10만원 받고 기계적으로 일을 해주게 된다.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입력센터를 마련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선제적으로 세무사건에 대비하고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게 천지세무법인과 다른 세무사들과의 차이점이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떤 고객은 찾아가도 필요성을 못느끼지만 어떤 고객은 굉장히 고마워한다. 그런 고객은 더욱 접촉면을 늘린다.
그 고객을 더 들여다보면 단순히 세무회계서비스가 아닌 나머지 서비스할 부분도 보인다. 그런 서비스를 추구하고 대신 서비스 수수료를 올리고 하는걸 목표로 하고 있다.
◆…천지세무법인 한쪽 벽면에는 직원들이 쓴 감사편지들이 붙여져 있었다. "지난 2010년부터 나를 포함한 모든 직원들이 매일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고 박점식 회장은 설명했다.
Q. 천지세무법인은 '감사경영'으로도 유명하다. 이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A. 감사경영을 생각하게 된건 지난 2009년 전자세금계산서 도입이 논의되던 시점이다. 이로 인해 우리 업계에 엄청난 변화가 오리라고 예상했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무엇이 핵심일까 답을 얻기 위해 CEO 교육기관도 찾아다니고 변화관리, 리더십, 가치관경영 문제를 공부해봤다.
그러던 중 논문을 하나 읽게 됐다. 감사를 생활화하니 실제로 두뇌의 형태가 바뀌더라는 내용의 것이었다.
매일 5개 이상의 감사일기를 3주 썼더니 의미있는 뇌의 변화가 나타나고, 3개월을 썼더니 습관으로 굳어져 뇌가 변화하더라는 것이다.
긍정적 사고가 핵심인 것 같다고 판단됐다. 우리 직원들이 긍정적으로 되면 무슨 변화든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봤다. 2010년부터 나부터 하루도 안빠지고 계속 써오고 있고, 직원들도 쓰고 있다.
이것이 감사경영을 도입한 배경이다. 우리 법인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정신적인 힘은 감사라는데서 착안했다.
Q. 실제로 경영상 변화가 있었나?
A. 예전에는 고객을 제일로 놨다면 요새는 직원을 제일로 놓는다. 직원들이 즐거워야 고객에게 잘한다.
직원들에게 고마운 것은 고객이 항의를 했을 때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고객이 항의하면 변명부터 했다. 알다시피 변명을 하면 듣는 상대방 입장에서는 더 화가 난다. 그리고 고객이 세금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그 느낌이 고객에게 전달되기 마련이다.
일단은 '죄송합니다'라며 받아주고 그걸 해결하는 과정속에서 고객이 잘못한 부분이 자연스럽게 알려진다. 그렇게 됐을 때 고객이 오히려 미안해한다.
작년과 제작년 워크숍에 가서 직원들이 뒷담화라는 토크쇼를 했다. 고객과의 사이에서 있었던 것을 재구성한 것인데, 각자의 이러한 대응방법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Q. 최근 경영상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A. 직원들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회사 비전이 '진정한 1등 천지'다.
그 얘기만 하면 외형적인 1등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다. 한번 인연을 맺은 고객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하고 싶은 천지, 직원이 신나게 일하는 천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동종업계에서 벤치마킹하는 천지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즐겁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을 만나러 가면 역효과다. 고객을 만나러 가면 이 고객이 정말 감사하다고 느껴야 한다. 어떤 직원은 감사편지를 써가지고 가기도 한다. 업체가 10개라면 편지 10개를 전달하고 오고있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