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확대 및 전담조직 신설…최대 28조원 규모 기업 구조조정 가능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관리 전문회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출자와 대출약정 확대 등을 통해 기존 1조5000억원에서 3조2500억원으로 재원을 늘려 오는 11월부터 본격적인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착수한다.
유암코는 기업구조조정본부 등 전담조직을 만들어 채권은행과 민간자본을 합쳐 최대 28조원 규모의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22일 이런 내용이 담긴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운영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당초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설립하려고 했으나 유암코의 기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변경했다.
유암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은행권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2009년 농협중앙회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 등 6개 은행이 출자해 설립한 민간 중심의 부실채권 전문회사로 자산유동화와 기업구조조정 업무 등을 맡아왔다.
금융위는 기존 채권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판단했으나 유암코의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회사채와 CP 등 시장성 차입 증가로 채권은행의 역할이 축소되고 은행들의 추가 대출 기피 등 채권은행 주도 구조조정이 어려움이 있다"며 "과도한 자행 이기주의와 채권단간의 이견으로 살릴 수 있는 기업이 부실화되고, 금융감독원의 채권단간 이견조정 역할이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손 국장은 또 "NPL 및 PEF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해 정상화하는 분야는 발달하지 못했고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과 이자비용 감소 등으로 한계기업이 제 때 구조조정되지 않아 한계기업이 증가 추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외부감사대상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12.8%에서 지난해 15.2%로 증가했다.
이에 금융위는 유암코 기능을 확대 개편해 민간 주도의 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유암코의 자본금은 기존 1조원에서 1조2500억원으로, 대출약정은 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확대된다. 3조2500억원으로 늘어난 재원은 구조조정 전문회사의 PEF 기초재원으로 활용된다.
손병두 국장은 "앞으로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주주은행과 협의해 출자와 대출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 및 구조조정에 전문성을 갖춘 전담조직도 신설된다. 금융위는 PEF 편입과 대상기업 선정, 민간자본 유치 및 운용사(GP) 선정 등의 업무을 전담할 기업구조조정본부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구조조정 자문위원회를 설립한다.
지배구조는 건전성 제고 차원에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중심으로 개편하고 보상위원회를 설치해 조직 내 성과주의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편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유암코 운영방식은 기업재무안정 PEF를 통해 채권과 주식 등을 매입해 기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방식이다. 경영 참여도 가능하지만 재무구조개선기업 관련 메자닌과 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도 가능하다. 아울러 일반 PEF는 불가능한 자금대여도 허용키로 했다.
유암코의 구조조정 방식은 채무재조정 외에도 신규자금 지원 통한 기업 정상화, 비핵심 자산 매각 등 사업재편, 핵심자산 매각 등 청·파산 절차 등으로 진행된다.
금융위는 유암코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 시행되면 채권은행은 구조조정에 따른 부담이 줄어들고 기업 측면에서는 빠른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으로 신속한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저금리 상황에서 기관투자자와 전문투자자, 자산운용사 등에게 새로운 투자기회가 제공되고 산업 측면에서는 성공사례 축적으로 산업별·대기업그룹에 대한 구조조정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암코는 재원 확대 및 조직 개편으로 최대 4조2000억원의 기업 구조조정 재원을 확보하게 된다. 유암코가 PEF 전체 지분의 30~50%를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PEF의 자본규모는 8조4000억~14조원 규모가 된다. 또 PEF가 구조조정 채권과 주식을 액면가의 50~70%로 사들일 경우 총 12조원에서 28조원까지 매입할 수 있다. 유암코가 최대 28조원 규모의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PEF가 자본의 300%까지 차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 구조조정 규모는 이보다 확대될 수 있다.
유암코는 다음 달 중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선정을 추진한다. 실사와 평가기간, 매각은행·차주와의 협약 등을 고려하면 실제 구조조정 기업의 채권과 주식 등의 인수는 내년 초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손병두 국장은 "유암코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채권은행의 구조조정 부담이 줄고 구조조정 의사 결정은 단순화된다"며 "구조조정의 무게 중심이 채권은행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되고 시장 중심의 상시적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