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발목 잡는 세제, 높아지는 '손질' 목소리

우리나라의 기부금 관련 공제체계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됨에 따라 이른바 '기부천사'들의 기부 의지를 꺾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게 제기됐다.

실제로 제도 개선이 급작스럽게 이루어지면서 기부금 규모가 감소하는 부정적 효과가 발생한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이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전환이 기부문화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세액공제율을 대폭 인상하거나 과거 소득공제 방식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터져나왔다.

특히 공익법인에 주식을 기부(출연)할 때의 한도에 대한 개정 요구도 거셌다. 대체적으로 공익법인 주식기부 한도 손질 요구는 주식 기부를 통한 부의 사회 환원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는 지적에서부터 출발한다.

물론 공익법인의 영리법인 지배를 방지하는 관점에서 출연비율 제한 규제가 설정되고, 출연된 주식들이 재원조달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규제를 더욱 강화시키자는 부정적인 시각이 자리하고 있다. 반면 배당을 강제로 늘리거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조건 하에서 주식출연 비율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20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주최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공인회계사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후원하는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방안 토론회'에서 현행 기부금 공제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 "기부금 세액공제율 인상 필요하다" = 이날 발제를 맡은 이상신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현행 기부금 공제체계의 문제점으로 세액공제 전환을 꼽았다.

이 교수는 "기부금 세액공제 전환으로 전체 근로소득자의 기부금이 1조2571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11년과 비교해 약 12.5% 감소한 규모"라고 설명하면서 "지난해 연말정산시까지 제도변화를 인식하지 못했던 기부자들이 2014년 연말정산을 경험한 후 올해와 내년의 기부금 결정에 소극적으로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에 "기부금의 세액공제에 경제적 효과에 문제가 있더라도 다시 소득공제로 바꾸는 것은 어려우므로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도 현재 국내의 기부금 세제지원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많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개인기부 세액공제율 인상과 법인기부 손금산입 한도 확대 등 기부금 지원확대 법안들이 빨리 통과되고 지정 기부금의 대상범위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기부금 공제방식으로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변경하고 지원을 축소함에 따라 민간기부금이 대폭 감소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세제지원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필요하다면 소득공제 방식으로 다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안만식 이현세무법인 대표도 "일반적인 국민들의 인식은 동일한 기부를 하고도 누구는 많이 (세금혜택을)받고 누구는 적게 받는 것과 관련해 (세금혜택이 축소된)상대적 고소득층은 섭섭한 생각을 갖고 있다"며 기부금 세액공제 한도 폭을 넓히자는 주장에 한표를 던졌다.

□ "공익법인 주식출연 비율 제한 풀어달라" = 특히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출연(기부)과 보유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모 그룹의 회장이 어떤 재단에 주식을 기부했을 때, 출연된 주식의 수가 그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5% (성실공익재단인 경우 10%)를 넘으면 그 초과분에 대해 재단이 증여세를 내야 한다.

공익법인의 영리법인 지배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주식출연 비율 제한선을 설정했으나, 공익법인의 배당성향이 낮다는 이유로 배당을 강화하는 조치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는 주식기부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배당의 강제 등을 전제로 해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출연비율 제한을 20% 정도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도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출연은 배당강제를 전제로 출연제한 비율은 20% 수준으로 완화하자 했는데 출연비율 확대하는 부분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면서도 "다만 배당강제는 신중히 접근해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윤현석 원광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는 "공인법인에 대한 주식출연이 기업의 승계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며 제한이 필요하다"며 주식출연비율 완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공익법인의 투명성을 확보해 기부활동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손원익 안진회계법인 R&D센터 원장은 "공익법인의 투명성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으나, 제도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규정 위반 시에 제재 강화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가산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처럼 교정이 되지 않는 경우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형태의 가산세 제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정부, 기부세제 문제점은 공감…손질은 신중 = 세제정책을 입안하는 기획재정부에서도 현행 기부금 공제체계에 대한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시각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세액공제율 인상 등 제도 손질에 대해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우선 기부금 공제체계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됨에 따라 기부자(개인)들의 세부담이 늘었다는 점이 논란거리. 하지만 정부는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총급여 7000만원 이하 구간의 근로자들의 세부담을 줄었고, 교육비 등 다른 공제항목과의 형평성을 근거로 세액공제율 인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용주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장은 "세액공제 전환에 따라 15% 세액공제가 되기 때문에 (총급여)7000만원 이하자는 과거보다는 세부담이 줄거나 종전 수준으로 보고 있고, 7000만원 초과자는 종전보다 세부담이 더 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장은 "(세액공제율)15%는 의료비, 교육비와 같은 수준이다. 고액기부일 때는 25% 공제율을 적용한다. 세액공제율을 올렸을 때 다른 공제항목과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세액공제율 인상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익법인에 주식을 기부할 때의 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과장은 "공익법인을 통한 우회지배 계열사 지배를 막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공익법인을 통한 편법 상속증여를 막기 위한 다른 방법이 마련되면 이 문제는 해결된다"고 말했다.

공익법인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 과장은 "정부는 일정규모 이상의 법인에 대해 투명성 강화 조치를 정부는 확대할 생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