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상속·증여세법이 납세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상속세를 폐지하는 대신 자본이득세로 과세하는 방법이 논리적으로 우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장 상속세를 폐지한다는것 자체가 국민정서에 맞지 않을수 있어 시간을 두고 해결할 문제이지만, 우선 단기적으로 피상속인의 유산에 초점을 맞춰 과세하는 유산세제도를 취득과세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사진)는 13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기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 토론회'에 참석, 이 같은 주장을 내놨다.
"자본이득세로 과세, '이중과세' 논란 해법"
오 교수는 이날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율은 최고세율이 50%로 OECD국가 중 높은편에 속하고 전체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남짓하지만 소득재분배의 상징적인 의미가 크므로 과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하고 대신 자본이득세로 과세하는 방법은 피상속인이 자산을 취득한후 발생한 미실현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한다는점에서 논리적으로 우월"하다고 밝혔다. 상속세 반대 근거의 가장 큰 이유인 이중과세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또 "단기적으로는 피상속인의 유산에 초점을 맞추어 과세하는 유산세제도는 실제 세금을 부담하는 상속인의 응능부담이라는 측면에서 맞지 않아 취득과세형태로 전환하고 가업상속공제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완전포괄주의 조항, 과잉과세 우려"
아울러 오 교수는 현행 상증세법의 문제점으로 자의적인 해석에 따른 과잉과세 문제를 꼽았다. 완전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제3항의 규정에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현행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에 따르면 '증여'란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형식·목적 등과 관계 없이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을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현저히 저렴한 대가로 이전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는 것 또는 기여에 의해 타인의 재산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
오 교수는 이에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에 의해 증여의 개념을 대폭 확장해 놓았지만 증여 예시 규정의 요건이 완전히 만족되지 않는 상황에서 증여세를 과세하려고 할때 증여세를 과세하기 위한 계산 근거규정으로 준용하려고 한다면 납세자 측에서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침해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있는 유형·무형의 재산과 재산가치 증가분이 증여재산가액인데 증여 재산가액의 합리적 계산방법을 산정하기 쉽지 않다"며 "특히 상증세법에서는 시가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대비해 보충적 평가방법을 규정하고 있으나, 그것은 재산의 평가에 관한 것이고 재산가치 증가분에 대한 산정규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현실적 조항, 예시규정 구체화해 자의성 축소"
오 교수는 또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에 대해 비현실적 조항이라며 계산방법을 구체화해 자의성을 축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증세법 제42조 제4항은 타인의 기여에 의한 재산가치 증가에 대한 예시적인 규정.
그는 이에 대한 문제점으로 "취득일부터 재산가치 증가 사유일까지의 상승된 가치인 미실현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라며 "1차적으로 최초 증여의 확정이후 다시 2차적으로 새로운 사유, 바로 미실현가치의 증가에 대해 다시 확정해 과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최초 증여일 부터 5년이 경과하면 더 이상 증여세를 과세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가치 증가의 속도에 따라 과세여부가 결정 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예시규정의 확장과 명확화를 제안했다.
그는 "현행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에서는 완전포괄주의를 규정하고 있으며, 상증법제33조내지 제42조에서는 개별 예시규정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며 "예시규정을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서 구체화하고, 그 대상을 확대하며 계산방법을 세부적으로 구체화해 적용상의 자의성을 축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상속인 계속 경영 요건, 7년이 적절"
한편, 오 교수는 이날 가업상속 공제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논하기도 했다. 가업상속 공제제도는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정부가 세제혜택을 확대하려다, 국회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오 교수는 "가업상속공제는 원활한 가업상속을 지원한다는 측면과 일반납세자와의 형평성에 문제를 야기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기업활동이 국가경쟁력의 척도인 현재의 경제환경에서 현재의 가업상속공제 제도하에서는 경영권유지를 위한 가업상속공제의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에 오 교수는 "피상속인 요건 중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해 경영해야 하는 조건은 기간을 7년 정도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나친 고용 유지규정은 기업의 적절한 구조조정을 어렵게 할수 있으므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는 이어 "가업자산의 처분제한 규정은 경영의 판단에 따른 사업다각화 등 변화되는 경제 상황에 따른 능동적인 대처를 어렵게 할수 있으므로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장기적 측면으로는 "다른 상속재산과의 과세 형평성을 위해서는 공제제도 보다는 과세 유예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유예 후 가업자산 처분 시 처분비율에 따라 상속세를 납부하도록 하거나, 10년 혹은 20년 등 장기에 걸쳐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오 교수의 주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