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를 하고 있는 박윤준 선진회계법인 고문. 박 고문은 세수증대를 위해 가산세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불성실 신고·납부를 한 납세자에게 부과되는 현재의 가산세 부담이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납세자들이 스스로 시정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만들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국가 재정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윤준 선진회계법인 고문(前 국세청 차장)은 21일 조세일보와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의 공동주최로 열린 '가산세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현행 가산세 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고문은 "만성적인 세수부족 시대에 진입했지만 지하경제 양성화 등 행정적 집행강화 노력은 한계에 봉착했다"며 "증세 논의에 앞서 가산세 체계의 합리화와 탄력적 운용을 통해 납세자가 스스로 시정할 수 있는 방안을 촉진한다면 세수 증대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가산세 제도는 무신고의 경우 산출세액의 20%, 부정 40%, 국제거래 부정 60%이며 과소신고의 경우 산출세액의 10%, 부정은 40%, 국제거래 부정은 60%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납부불성실 가산세의 경우 과소납부세액의 연 11%를 부과받는다.
부가가치세 세금계산서 관련 가산세의 경우에는 미등록, 지연발행 등 사유에 따라 공급가액의 0.5%에서 최대 2%까지 부과된다.
박 고문은 "현행 가산세 체계는 납세자가 무신고, 과소신고를 했을 경우 본인 스스로 시정할 유인책이 미약하다. 오히려 세무조사와 추징을 기다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더구나 납부불성실 가산세율과 환급가산금의 경우에는 이자율 격차가 8%나 된다"고 지적했다.
가산세 체계의 개선방안으로 박 고문은 ▲자발적인 기한 후 신고 및 수정신고에 대한 가산세 배제 ▲모든 자발적인 기한 후 신고 및 수정신고에 대한 가산게 경감 ▲가산세 부과에 대해 과세당국에 융통성 부여 등의 3가지 안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가산세 제도가 납세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특히 자기시정 유인책이 없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으며 제도개선을 강하게 요구했다.
"가산세 제도 불합리" 폭풍지적…정부 '신중모드'
현장에서 실무를 하는 전문가들은 현행 가산세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가산세 제도가 불합리하고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동수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는 "가산세 면제 규정에는 '정당한 사유' 딱 한마디만 있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며 "가산세 면제 불인정 사유를 유형화해서 납세자에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안내해주는 것이 적절한 세무행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산세를 부과하더라도 상한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며 "가산세가 지나치게 높고 납세자에게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기업의 규모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역시 "우리나라 가산세 제도가 너무 복잡하게 운영되고 있다. 가산세 제도는 정액세율로 대체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부과세액을 외형(매출) 기준으로 차등적으로 부과하는 것을 고려해볼만 하다"는 의견을 냈다.
조태복 세무법인 광장 Lee&Ko 대표세무사는 "납세자 스스로 시정할 수 있는 유인책을 통해 신고수준과 납세의식을 제고하는 가산세 개편 논의가 공론화됐으면 한다"며 "개선방안이 머지않은 장래에 실현되고 국세청이 납세자를 잘 설득하면 납세 수준은 상당히 제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 재정금융팀장은 "가산세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은 높은 편이다. 납부불성실 가산세율은 11%으로 환급 가산금 이자율과 8%나 차이난다"며 "아무리 패널티 성격이 있더라도 납세자 권리도 과세당국의 권리와 동등하다는 측면에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는 "가산세 제도 개선은 기업 입장에선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회계사나 세무사들이 회계처리가 잘못됐다고 수정신고를 해야 한다고 조언해도 납세자들은 가혹한 가산세 때문에 실익이 없다고 거부한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이사는 "세월호사고 직후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사회의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고 했는데 가산세 제도도 그런 측면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의 가산세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요구에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금철 기획재정부 세제실 조세정책과장은 "가산세는 정부가 납세자에게 납세협력 의무를 기대하면서 그것을 위반했을 때 벌칙을 주고 제재를 해서 성실납세를 유도하려는 것"이라며 "이 제도가 바뀌었을 때 기존 가산세 제도를 믿고 성실납세한 납세자들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납부불성실 가산금과 국세환급가산금의 이자율 격차가 8%가 나는 것에 대해선 "납부불성실 가산금은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부과하는 것으로 일반 대출이자의 성격은 아니다"라며 "다만 현행 금리가 저금리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반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