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개선' 방향성엔 '긍정'...세부사항 '조율' 필요

금융당국, 1일 보험사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 방안 발표 

당국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 낮춰 보험사의 법인세, 배당가능이익 늘어날 것"

증권사 "제도 개선, 주주환원 확대보다는 단기적으로 법인세 영향이 클 것 전망"

금융당국이 일정 자본건전성을 충족하는 보험회사에 한해 종전 회계기준 적용 시와 유사한 배당가능이익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을 통해 향후 법인세와 배당가능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제도개선 방향성엔 긍정적이지만 세부사항은 조율이 필요하다'는 증권사 진단이 나왔다.

KB증권은 금융당국이 지난 9월 26일 제3차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논의된 보험회사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 방안을 2일 발표한 것과 관련해 이 같이 밝혔다.

KB증권 강승건 금융애널리스트와 이광준·정다원 연구원 팀은 이날 관련 분석보고서를 통해 "계약자 보호를 위한 해약환급금준비금의 필요성과 배당가능이익 산출에 있어 세후 기준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적용하는 것에 동의한다"면서도 "일정 자본 건전성의 기준점과 해약환급금준비금 산출과 관련된 세부 사항에 대한 조율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제도개선 방향성에 대한 동의 이유에 대해선 "보험부채할인율이 높은 상황에서 축소된 시가부채로 인하여 증가된 순자산 보호를 통해 계약자의 해약환급금의 사외유출을 방지하는 것"이며 "아울러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손금인정됨에 따라 회계상 이익대비 과소납세 이슈가 해소될 수 있다는 점과 이연법인세 부채 적립에도 불구하고 배당가능이익에 세전기준으로 차감됨에 따라 배당가능이익이 크게 축소되는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금융당국도 '일정 자본 건전성의 기준점과 해약환급금준비금 산출'과 관련된 세부 사항세부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해 보도자료에 '향후 시장상황 변화 등 필요 시 기준치를 금융위원장 고시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들은 관련해 "2024년 적용 자본건전성의 기준은 K-ICS(경과조치 적용 전) 200%이며 향후 150%로 수렴하게 설계되어 있다"면서 "우선 K-ICS 200%를 넘는 보험사는 상장사 중 3개 (27.3%)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할인율 제도 강화를 반영하여 150%로 수렴하게 설계되었다는 점은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150%를 상회하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따라서 200%에서 일률적으로 기준을 하향하는 것보다 수렴기준인 150%를 기준으로 보험사들이 매년 창출되는 이익과 신계약 판매 관리, 그리고 보완자본 발행을 통해 방어라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현재 기준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K-ICS 비율이 높은 회사의 경우 세금납부 부담만 존재하고, K-ICS 비율이 150%~200%인 회사의 경우 제도 개선의 영향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된다"면서 "또한 몇 개의 대형사와 중소형사와의 격차가 구조적으로 확대되어 경쟁요인에 제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융당국(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제3차 보험개혁회의'를 개최하고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방안 논의 결과에 따라 보험사의 적극적인 주주 환원을 위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비율을 현행 규정의 80% 수준으로 조정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금융위는 "일정 자본건전성 조건을 충족하는 보험회사에 한해 종전 회계 기준(IFRS4) 적용 시와 유사한 배당가능이익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약환급금 준비급 적립 비율을 조정하기로 했다"며 "연내 새로운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2024 사업연도 결산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고객이 보험 계약을 해지할 때 돌려줄 수 있도록 보험사가 미리 쌓아두는 돈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해당 보험사 입장에선 배당 재원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보험사 새 회계기준인 IFRS17이 지난해 시행된 이후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액이 급증해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것에 비해 세금 납부액과 주주 배당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른 것이다.

개선 방안에 따르면, 당국은 할인율 강화 로드맵 진행을 감안해 2024년 200%, 2025년 190%, 2026년 180% 등 매년 10%포인트(p)씩 기준을 하향해 종국에는 150%로 수렴하도록 설계했다.

강 애널리스트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시가부채와 원가부채의 차이로 산출되며 해약환급금준비금 관련 세금은 이연법인세 부채에 계상되어 있다"면서 "제도가 개선된다면 이연법인세부채 만큼 해약환급금준비금이 감소하게 되며(세금만큼 배당가능이익 증가를 의미), 법인세를 납부(이연법인세부채 감소)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종전회계기준 적용 시와 유사한 배당가능이익이 의미하는 것은 현재 배당가능이익을 산출함에 있어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세전 기준으로 차감하고 있지만 이를 세후 기준으로 차감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제도 개선이 주주환원 확대보다는 단기적으로 법인세 영향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금융당국이 자본건전성이 확보된 보험사에는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부담을 낮춰주기로 하면서 앞으로 보험사의 법인세와 배당가능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입장과 다소 결이 다른 전망이다.

SK증권 설용진 연구원 역시 이날 보고서를 통해 "제도 개선은 긍정적이나 IFRS17 이익 대비 여전히 주주환원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며 "이미 주주환원 여력이 충분한 회사에 대해 제한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업계 전반적인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삼성화재, DB손보, 삼성생명 등 지난 2분기 기준 K-ICS 비율이 200%를 상회하는 보험사의 경우 제도 개선에 따른 수혜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 연구원은 전망됐다.

그는 "오히려 시장금리 하락, 할인율 제도 강화 등 영향으로 안정적인 K-ICS 비율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주주환원 확대보다는 준비금 감소에 따른 법인세 등 영향이 단기적으로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이전보다 늘어난 법인세 부담 등에 따른 영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강 연구원 팀도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신계약 판매를 축소해야만 하고 이는 K-ICS 200% 이하의 회사에만 나타날 것"이라면서 "배당재원 마련을 위해 해약환급금준비금의 영향이 없는 투자손익 실현에 집중하는 경우 ALM 뿐만 아니라 Risk 관리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행 기준이 확정될 경우 삼성화재, DB손보, 삼성생명 중심의 선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3분기 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 적용과 올해 4~5월 LP(유동성프리미엄)/ VA(변동성 조정)로 BEL(보험부채 최선추정치)이 증가하면서 자본이 크게 감소하였다는 점에서 중하위권 보험사들의 배당가능이익이 크게 감소했고, 이번 제도 개선의 수혜를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올해 배당가능이익은 미미할 것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SK증권 설 연구원 역시 "이전과 동일하게 자본 등 측면의 여력 높은 대형사에 대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화재, DB손보, 삼성생명을 제외한 보험사는 배당 가능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란 관점인 셈이다.

[알림] 본 기사는 해당 증권사의 분석보고서를 토대로 정보 제공 차원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따라서 투자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하에 최종결정을 하시기 바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자의 주식투자의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