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세 과세…흡연률 증감 상관없이 세수확보 가능
국회 통과 여부도 불투명, 정부의 '도박' 성공할까
정부의 금연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우회증세' 논란으로까지 불씨가 제대로 옮겨 붙었다.
원론적인 문제인 담뱃값 인상에 대한 찬반 논란보다 오히려 증세논란이 더 도드라지는, 주객(主客)이 전도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모습이다.
정책을 내놓은 정부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감을 안을 수밖에 없다.
증세논란의 불똥을 맞고 정책 추진력 자체를 상실해 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는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정부의 금연정책을 증세를 위한 '지렛대' 성격의 정책으로 볼 여지가 너무 많다. 국세(개별소비세)를 끌어들여 담뱃값을 올리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금연을 통한 국민건강 증진을 명분을 붙여 담배라는 재화를 대놓고 (국세)세원으로 편입시킨 것이다.
특히 정책이 성공, 흡연률이 낮아지거나 정책 실패로 흡연률이 현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정부로서는 손해 날 것이 없다. 이래도 저래도 조(兆) 단위 세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세논란에 휩싸이지 않는 것 자체가 이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 '세수친화적' 가격정책, 증세논란 자초 =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12일 담뱃값 인상 문제와 관련해 "증세가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증세 목적으로 담뱃값 인상을 추진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과 관련한 여론 추이가 '증세논란'으로 옮겨붙은 상황에서 정부의 '국민건강 증진' 명분은 힘을 잃어버린 형국이다. 향후 담뱃값 인상과 관련한 논의(국회 등)는 증세규모(담뱃값 인상폭)에 포인트가 맞춰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1000원~1500원 안팎에서 가격인상폭이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을 자초한 것은 정부다.
담뱃값 인상폭(2000원)과 인상방법(개별소비세 도입) 자체가 세수친화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인상방법으로 선택한 개별소비세 적용과 관련해 정부는 개소세 제도의 취지(외부불경제 축소), 시군세(지방세)로서 담배소비세가 가진 흡연억제 정책수단으로의 한계 등을 명분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정부의 계획대로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소비량이 떨어져도(34%) 세수는 3조원 가까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특히 개소세는 새롭게 부과되는 것이기 때문에(순증) 담배소비량이 떨어져도 계속해서 세수효과를 만들게 된다.
금연정책이 담배소비량 변화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가정을 할 경우라면 정부가 추산한 세수효과 이상의 세수를 거머쥐게 된다.
실제로 최근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담배가격 4500원을 최대치 세수효과가 발휘되는 기준점으로 제시했다.
이후 담뱃값이 올라갈 경우 세수효과는 줄어든다는 것이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결과다. 다만 이는 소비량의 폭발적 감소가 전제조건이다.
정부가 '물가연동제'를 적용(소비자물가 5% 인상 기준 검토) 2~3년 주기로 담뱃값을 인상조정한다는 방침도 담배에 붙는 지방세나 부담금이 아닌 종가세 형태의 개소세 조정이 전제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격인상에 따른 판매량 감소로 담배소비세 등 지방세수는 떨어져도 국세 측면에서는 결코 손해가 날 일이 없다. 인상 전 대비 세수규모가 떨어질 뿐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증세목적이 없다'고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세전문가는 "담뱃값 인상에 개소세를 적용한 것이 바로 증세목적을 시인한 것"이라며 "금연정책 자체에 대한 반대여론은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핵심인 가격정책이 증세목적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국민들에게 솔직하지 못한, 위험한 줄타기를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세전문가는 "국민건강 증진이 진짜 목적이라면 담뱃값 인상폭을 더 높게 가져가 가격부담에 따른 흡연률 감소를 유도하는 것이 맞다. 국민건강 증진과 세수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인가. 국민건강이 목적이라면 지방세수까지 모두 포기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 정부의 정치적 선택, '정치의 벽' 넘을까 = 정부가 담뱃값 인상 카드를 꺼내들면서 가뜩이나 험악한 분위기인 정치권에도 또 다른 '불쏘시게'를 던진 상황이다.
야권은 당연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여당도 표면적으로만 찬성의 뜻을 내비쳤을 뿐, 내부적으로는 정부 방침에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가 끝까지 방침을 관철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가계소득 3대 패키지 정책(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관철을 위한 '협상용'으로 정부가 의도적으로 정치권에 던진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될 정도다.
정부도 '조정의 여지가 있다'는 완화된 표현을 써가며, 인상폭 조정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담뱃값을 올린다는 것이지 세수 또는 세수활용 문제가 아니다"라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 담뱃값을 500원 또는 1000원 인상한다고 했다면 국세(개소세)를 도입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