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지명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 = 김용진 기자)
변하지 않는 朴대통령 인사원칙 '제2의 윤창중' 논란
與 일각서도 "안타까워"…野 "보수신문 검증 무뎌질 것"
'국민검사' 안대희 전 대법관의 낙마가 충격적이었던 것일까. 신임 총리 후보에 극우 논객인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지명한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가 또 논란이다.
세월호 참사 후속 조치로 관피아 척결과 국민 화합을 위해 통합형 총리를 예상했지만 대표적 극우 논객으로 전직 대통령을 향해 막말에 가까운 칼럼을 써온 문 전 주필을 지명해 국민 통합은커녕, 국민 분열을 야기할 인사라는 지적이 많다.
앞서 청렴과 소신으로 유명했던 안 전 대법관이 국민정서에 반하는 전관예우에 무력하게 낙마하면서 청와대는 '청문회 통과'를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후보를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인 출신 지명 배경에는 법조인과 관료들보다 상대적으로 도덕적일 것이라는 기대와 문 지명자가 검증 대처에 유연할 것이라는 점 등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 "조중동은 검증 잘 안할 것" 언론의 무딘 검증 기대? = 특히, 언론의 무딘 검증을 기대하며 언론인 출신을 기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언론인 출신 인사는 "아마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신문들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앙일보 출신 아니냐"며 "그렇게 되면 중앙일보가 문 지명자를 일일이 검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게 정언 유착 아니냐"고 꼬집었다.
언론인 출신의 국무총리는 역대 국무총리 중 지난 제3공화국 당시 동아일보 사장이었던 최두선 전 총리로 단 1명이었다. 특히 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행정경험이 없는 언론인 출신 총리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는 권력을 감시해야하는 언론의 본질적 역할에 따른 기본적인 불문율이었다.
때문에 군사독재 시절에 자행됐던 '정언유착'이 보수정권 7년차에 더욱 노골화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공영방송 보도에서도 청와대 개입 논란이 문제된 점도 이런 지적을 뒷받침한다.
이에 대해 언론인 출신 한 야당 인사는 "이미 지상파 방송은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장악된 문제를 드러내지 않았느냐"며 "언론인 총리면 아무래도 더 영향력이 세지지 않겠나. 전혀 국민 여론을 감안한 인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아무리 청문회 통과가 '제1목표'라고 해도 문 지명자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인지에 대해서는 정치권 안팎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 '문창극은 제2의 윤창중' 논란…與 일각 "국민 통합과 거리 멀어" = 특히 문 지명자가 중앙일보 칼럼에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퍼부었던 독설들이 다시 주목받으며 앞서 극우논객으로 지명 당시 파란을 일으켰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상기시키고 있다.
문 지명자는 지난 2009년 8월 4일자 칼럼 <마지막 남은 일>에서 병환 중에 있던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비자금 조성과 재산 해외 도피 의혹을 제기하며 "그러나 이제는 너무 늦었다. 사경을 헤매는 당사자에게 이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비아냥대 논란이 일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서는 "자살했기 때문에 국민장은 안 된다"고 해 비판을 받았다.
이밖에 "무상급식은 북한의 배급제를 떠올린다"거나 노조를 죄악시하고 핵 무장론과 북진통일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새누리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나빠진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책임총리를 실현할 '정치인 총리'를 희망해왔다.
언론인 출신 당 관계자는 "왜 그런 인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칼럼 내용도 상당히 편향적이고 국민 여론을 다독여야 할 총리인데...참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언론인 출신 관계자는 "국민 통합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 싶다. 더욱이 행정경험이 없는 사람인데 관료 장악력이 생기겠느냐"고 우려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교수는 문 지명자에 대해 "민심을 다독이고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하는 총리로서 부적합하다"며 "예를 들어 김 전 대통령에 대해 그렇게 비난한 사람을 호남 사람들이 받아들이겠나. 국민통합에 저해되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