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증권가에 애널리스트 주가조작 사건이 알려지며 큰 충격을 줬다.
주가조작에 연루된 기업은 지난해 탈세 및 차명 계좌 사건으로 몸살을 앓았던 CJ그룹의 자회사 CJ E&M이다. CJ E&M은 방송, 엔터테인먼트 사업뿐 아니라 영화제작에 참여하며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했다. 현재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다.
CJ E&M은 지난해 10월 실적을 공시하기 직전 담당 애널리스트들에게 관련 정보를 알렸다. 기업 재무 정보를 홍보하는 IR(investor relations) 직원들에 의해서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에게 전했고, 펀드매니저들은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내부의 고급 정보를 이용해 가까스로 주식을 매도,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4개 증권사 애널리스트 연루, 새 정부 본보기?=이번 주가조작 사건의 당사자는 CJ E&M 직원과 한국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KB투자증권의 애널리스트 4명이다.
'IR 담당자, 애널리스트, 기관투자자'가 내부 정보를 주고받은 일은 사실은 그동안 증권가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관행 같은 것이었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이러한 미공개 정보의 이용을 금지하고 광범위한 대상의 주가조작을 처벌하지만 사실상 묵인돼 온 측면이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이 빠른 정보 입수를 하는 것은 전문적인 이유도 있지만 이처럼 서로 친한 애널리스트나 IR 담당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기관투자자가 일반인에 비해 유리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손실을 입는 경우가 더 많다.
현재 관련자들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기소를 앞둔 상황이다. 금융 당국은 별도의 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증권사의 관계자는 "IR 담당자와 애널리스트 사이에 주고받은 전화 통화 내용이 검찰의 결정적 단서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애널리스트는 중징계, 증권사는 솜방망이=CJ E&M 사태는 그동안 기업과 증권사, 투자자가 서로 고급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거나 영업적 네트워크를 유지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번 일로 인해 처벌을 받게 된 대상이 CJ E&M 직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그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실질적으로 부당이득을 얻은 자산운용사나 펀드매니저는 직접적인 처벌 대상이 아니며 증권사의 경우 형사처분을 받게 된 애널리스트에 비해 징계가 가볍다는 이야기들도 나온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가조작 혐의자의 처벌 대상은 정보 유출자, 1차 취득자로 한정한다.
금융위원회는 한차례 회의를 연기했으나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증권사에 '기관 주의'를 내릴 것으로 전해진다. 기관 주의는 경징계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애널리스트의 경우 형사적 처벌을 받거나 재취업이 어려워지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 있게 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정보 이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IR 담당자와 애널리스트는 영업상 정보를 교환하는 윈윈(win-win)의 관계였다. 상황에 따라서 IR 담당자가 애널리스트에게 자사에 유리한 내용의 리포트 작성을 요구하는 일도 관행처럼 묵인돼 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