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당국은 “유리지갑 터는 도깨비 방망이” 원성
급여생활자도 5년 소급 적용... 가산세까지 추가
돈쓸 곳이 많아진 정부가 유리처럼 투명한 지갑을 가진 급여생활자들에게 ‘돈 나와라 뚝딱’을 외치며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세무당국은 지난해 말 봉급생활자들의 과거를 들춰내는 부당 소득공제 조사대상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이로 인해 대상자가 3만8000명에서 20여만 명으로, 과다공제 추징 예상금액도 293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처럼 저인망식 추징에 나서자 조사와 징수가 어려운 이들보다는 조사도 쉽고 징수도 편한 봉급생활자들의 주머니만 노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G건설에 근무하는 L씨는 지난해 말 연말정산 시 5년이 다된 2008년과 2009년분 부양가족에 대해 과다 공제를 받았다며 225만원을 추징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L씨는 2008년과 2009년 부양가족공제를 통해 192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았다. 하지만 추가세액에 신고불성실 가산세 및 납부불성실 가산세 등 34만원을 합쳐 225만원을 납부하느라 월급을 가져가지 못했다.
그는 “국세청의 능력이라면 연말정산이 이루어진 이듬해라도 오류를 충분히 발견해 통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5년이 다된 지금에 조사를 벌이고 추징을 하는 것은 가산세를 더 받아 보려는 얄팍한 술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분개했다.
한편 모 은행 지주사에서 근무하다 자회사인 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K팀장은 500만원이나 되는 세금고지서를 받고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전 금융 지주사에서 은행으로 발령을 받아 지주사를 퇴직하면서 퇴직금은 물론 인센티브 등에 대해 이미 정산을 마쳤다. 그런데 최근에 관할세무서로부터 종합소득세가 누락됐다며 본세에 가산세를 더해 500여만원의 추징 통보를 받았다.
직장인의 경우 대부분 개인이 직접 소득세를 신고 또는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서 모든 것을 대신 처리해 주기 때문에 소득세 누락이 있었다는 사실은 5년 동안 꿈에도 생각지 못한 것이다.
K팀장은 “누락된 세금이 있으면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5년이나 돼 불어날 대로 불어난 가산세까지 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억울하면 민원을 내라고 하지만 민원이 받아들여진 경우도 없고 법이 그렇게 돼 있다는 세무서 직원의 답변에 더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더 기막힌 경우도 있다. 은행에서 임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하면서 받은 감사패에까지 느닷없이 국세청이 칼날을 들이 댔기 때문이다.
S은행에 임원으로 지난해 퇴직한 M모씨는 은행을 세무조사 하는 과정에서 퇴직 시 받은 퇴직위로금과 후배 행원들로부터 받은 은으로 만든 감사패, 순금제 행운의 열쇄, 퇴직 위로 여행경비 등에 대해 세금을 추징당했다.
또 다른 은행 임원은 퇴직 이후 은행에서 시켜 준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국세청이 이를 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내라고 하자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다녀온 여행의 기분을 망쳐버렸다.
특히 은행에서 임원으로 퇴직하는 경우 소득세율이 높은 구간에 걸쳐있기 때문에 세율 또한 높을 수밖에 없어 3~4년이 지나서야 세금을 추징하는 경우 가산세까지 더해져 그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경기침체로 국세수입은 세입목표액 210조 4000억원 대비 8조 5000억원, 2012년 대비 1조 1000억원이 줄어든 201조 9000억원을 거둬들이는데 그쳤다. 특히 법인세 수입은 43조 9000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2조 1000억원이 줄어든 반면 근로소득세는 오히려 2조 3000억원이 늘었다.
정부는 지난 13일 세원 관리를 강화해 소득세 등 국세를 지난해보다 14조 7천억원 더 걷겠다며 역외탈세, 대법인·대재산가, 고소득자영업자, 민생침해사범 등 4대 분야에 세정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징수가 편한 유리지갑 급여생활자들의 주머니만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납세자연맹 관계자는 “납세자들이 세법을 알기 어렵고 또 자신의 소득을 신고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신고내용에 대한 세무서의 검증기간 5년은 너무 길다”면서 “특히 연체이자 성격의 불성실 신고와 납부에 대한 가산세까지 부담토록 하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