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법개정안, 여론 악화에 靑까지 나서 '읍소'
野, "월급쟁이 세금폭탄" 대대적 수정 예고…여당도 '고심'
지난 8일 201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정부가 거대한 후폭풍에 휩싸였다. 중산층 근로자들의 세금 부담을 증대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여론의 뭇매를 받고 있다. 자칫 무도 못 자르고 칼을 거둬야 할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중산층 호주머니 건드린 정부, '반발여론' 자초했다= 정부는 지난 8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각종 소득공제(자녀관련 인적공제, 의료비·보험료·기부금·교육비)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미 어느 정도 정부의 방침은 예고가 된 상황이었지만, 정작 세부내용이 발표되면서 반발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연봉 345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 434만명(전체 근로자의 28%)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연봉 4000∼7000만원 근로자는 16만원, 7000∼8000만원 근로자는 33만원, 8000∼9000만원 근로자는 98만원, 9000만원∼1억원 근로자는 113만원, 3억원 초과 근로자는 865만원씩 각각 연평균 세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근로자들의 연말정산 1순위 공제항목인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현행 15%에서 10%로 축소한다는 방침도 소득세 실효세율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소득여하를 불문하고 유리지갑 근로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정부는 일부 특별 소득공제 혜택의 세액공제 전환은 그동안 일부 고소득층이 총급여를 기준으로 하는 소득공제의 구조적 문제로 실질 담세력과 비교해 세금을 적게 부담하고 있는 부분을 '정상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살인적인 물가에 따른 빠듯한 살림살이, 정부의 예산낭비 관행에 대한 불신 등 복잡한 요인이 겹치면서 근로자 상당수는 소득여부를 떠나 단돈 1만원이라도 호주머니에서 더 나가는 세법개정 자체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다가 천문학적 재원이 투입되는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중산층 근로자의 세부담을 올린다는 정부의 발상에 대한 반발도 상당하다. 재원이 없다면 공약을 수정하거나 폐지해야지, 애꿎은 대상을 털어 재원을 채워 넣겠다는 안이한 정부의 선택에 대한 못마땅함이 부정적 여론에 반영되어 표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역점적으로 홍보하려 했던 근로장려금 지급액 및 대상 확대, 자녀장려세제를 비롯한 서민층 세부담 축소 목적의 조세정책들이 한 마디로 묻혀버리는, 결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여론 반발에 여당도 화들짝, 靑 국민에 '읍소' = 정치권도 들썩이고 있다. 민주당은 당장 "월급쟁이 세금폭탄"이라며 정부의 2013년 세법개정안을 싸잡아 비난했다. 민주당은 올해 정기국회 논의시 방향을 대폭 수정하도록 유도해 나간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여당의 반응도 시간이 갈수록 싸늘히 식어가고 있다. 당초 지난 8일 세법개정안 발표 직후 '환영'의 뜻을 보낸 새누리당은 반발여론이 확산되자 태도가 변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9일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 "심의과정에서 국민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중간소득층의 세 부담을 소득구간별, 가구별 특성에 따라 분석해서 한꺼번에 과도한 세부담이 증가돼지 않도록 심의과정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9일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브리핑을 갖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죄송하다' '감내해 달라' '읍소드린다' 등 낮은 표현을 써가며 정부의 세법개정 추진에 동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세법개정안에 대한 반발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 논의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중산층 이상 근로자의 세부담을 올려, 마련한 재원으로 서민층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목표가 좌초되는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