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다", "좀 더 지켜보자" 각양각색 반응
일선 직원들 허탈감, 납세자 불만 추스리기 '이중고'
천문학적 금액으로 추정되는 CJ그룹 세무조사 무마사건과 관련, 검찰의 사정칼날이 연일 국세청을 겨누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 조직 전반에는 침통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과거의 일"이라며 선을 긋기도 하는 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억울함 심정을 토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체적으로 무겁게 가라앉은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일단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실이 없는 상황이고, 현재 남아있는 사람들과는 관계가 없는 일로 알고 있다"며 "일단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는 방법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지 않나"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억울하다는 입장도 나온다.
3500억원이 넘는 세금추징액을 무마했다는 것은 현재 국세행정 시스템상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아무리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국세청 조직의 수장인 국세청장이라고 하더라도 독단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장이라도 그 정도 규모가 되는 사건을 말 한마디로 없었던 일로 만들기 힘들다"며 "해당 세액이 어떻게 도출됐는지 명확하지 않고, 만약 이 정도 케이스를 제대로 과세하지 않았다면 당장 감사원에서 지적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 정도 세액이 산출됐는데, 없던 일로 했다면 당시 조사담당자부터 문제가 됐을 것이다. 책임을 피할 수 없었을 정도의 규모"라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믿고 싶다.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납세자들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일선 세무서 직원들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진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상 초유의 세수부족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체납징수, 성실신고 독려 등 현장업무에 매진해야 하는데, 이번 일로 납세자들을 볼 낯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납세자들의 세금징수에 대한 반발이 더욱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한 일선 세무서 관계자는 "오늘 내방 납세자로부터 '국세청은 그렇게 돈을 해먹으면서 왜 세무서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느냐'는 말을 들었다"며 "비록 7년 전 차장 청장의 잘못이지만 당연히 국민들은 현재진행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이번 사건은 정말 유감이고 세수확보에 열을 올려야 될 시기에 분위기가 어수선하게 돼서 안타깝다"며 "납세자들이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마인드를 갖게 되면 분명 체납징수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직원들의 사기진작 문제를 염려하는 의견도 나왔다.
한 일선 관계자는 "우리는 우리대로 계속 하던 일을 하겠지만, 실제로 비리를 모르고 사는 직원이 대다수인데 위에 몇 사람이 벌인 일이 국세청 전체 이미지, 아울러 일선세무서의 이미지까지 깎아 먹으니 참 안타깝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뜩이나 젊은 직원들을 이끌어가기가 쉽지 않은데, 이런 일이 터져버리면 밑에 직원들에게 해줄 말이 없어진다"며 "내가 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직원들한테는 그냥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갑갑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국세청의 이미지 쇄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허탈감이 더 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이번에 안 그래도 특별감찰반 신설, 골프금지령 등 이미지쇄신을 위해 국세청 내부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었는데, 과거 문제로 한순간에 무너지니 허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국세청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한창 깨끗한 이미지로 분위기 잡아가고 있었는데 엉뚱한 곳에서 일이 터졌다"며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악재를 만난 것은 분명하지만 국세청은 하던 일 계속하는 게 최선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