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득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며 대한민국 경제·사회의 중심을 잡아줄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 중산층은 몰락하지 않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중산층으로 볼 수 있는 소득 중위 60%의 소득비중이 외환위기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도 중산층 소득비중이 양호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산층 몰락이라는 최근의 평가들은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생활고 등 주관적 인식의 효과가 크고, 중산층과 소득 상위층의 소득차이가 큰 폭으로 증가해 심리적 박탈감이 심화됐다는 의견이다.
윤희숙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24일 '중산층 현황의 다면적 분석과 중산층 확대 전략에의 시사점'을 주제로 연구보고서를 발표하고, 현재 우리나라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우선 윤 연구위원은 중산층에 대한 다양한 정의 및 현황이 있지만 상위 20%를 부유층, 하위 20%를 빈곤층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중위 60%를 중산층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윤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 중위 60%의 소득 비중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어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국가간 비교에서도 중산층의 소득비중은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위 60%의 경상소득 점유율은 지난 1996년 53.9%에서 IMF 외환위기 당시 크게 줄었지만, 지난 2006년 55.1%로 IMF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 2011년 기준으로는 55.4%로 집계됐다.
국제 비교에서도 우리나라 중위 60%의 소득 비중은 덴마크와 스웨덴 다음으로 높게 나타나는 등 양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OECD가 그동안 중산층의 기준으로 삼았던 '중위소득 50∼150%' 범위 내 인구비중으로 중산층 변화를 살펴볼 경우, 1990년대 초반 이후 중산층 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2년 중산층 비율은 76.3%에 도달했지만, 이후 2008년 66.3%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다만 2011년 기준으로는 67.7%를 기록하며 소폭 상승한 상태다.
윤 연구위원은 최근 중산층 몰락이라는 지적들에 대해 실제 지표에 근거한 평가라기보다는,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생활의 어려움이나 주관적 인식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산층들이 누리는 경제적 자원은 줄어드는 반면 지출소요는 늘어나 박탈감이 증가하는 현상인 '중산층 압박' 효과가 크고, 지출이 많다는 것은 본인들이 평가하는 항상소득이 높다는 것으로서 경제학적 논리로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윤 연구위원은 세계화가 진행되며 특정 직종에 속하거나 숙련수준이 높은 근로자들의 소득은 빠르게 증가하는데 비해, 자신의 처지는 정체돼 있다면 소외감과 결핍감이 커져 심정적인 중산층 몰락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2년 이후 20년 동안 2인 이상 도시가구 중 소득 중위가구와 상위 25% 가구의 소득차이가 큰 폭으로 증가해 박탈감이 심화됐을 것으로 분석됐다.
1992년 소득 중위가구와 상위 25% 가구의 소득격차는 72만원 수준이었지만, 2012년 기준으로는 121만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식료품·주거비·교육비 등을 제외한 소득 차이도 같은 기간 동안 62만원에서 108만원으로 증가해 계층간 차이가 확대됐다.
윤 연구위원은 "중산층 축소는 중산층의 다양한 개념 중 소득분포의 분산성 증가에 국한된 관찰"이라며 "중간층의 소득 비중을 관찰할 경우 중산층이 축소되는 추세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화 속에서 소비기준이 급격히 상승하고, 상층부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증가하는 변화는 중간계층이 느끼는 박탈감에 기여한다"며 "우리나라는 급격한 탈공업화와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 등으로 소득분포 하층부의 분산성 증가가 병행돼 분배악화에 기여했다"고 진단했다.
한편 윤 연구위원은 소득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근로장려세제(EITC) 등 효과적 재분배와 고용지원을 통해 저소득층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소득분포를 살펴보면 하층부가 고정된 상태에서 소득분포 분산만 증가해 하층이 두꺼워지는 빈곤심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연구위원은 "저소득층 취업지원은 빈곤정책과 중산층 정책에 모두 큰 효과를 가지는 반면, 중간층 지원은 빈곤율을 악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저소득층 미취업자가 취업하면 빈곤과 중산층 비중 모두에 가장 효과적이므로 저소득층 노동시장 진입지원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소득층 미취업자 중 근로능력이 있는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높은 것을 고려할 때, 저소득층 고령자의 일자리 알선과 훈련지원 등 정책적 노력이 중요시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