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신뢰·중립이 예산정책처 '롱런' 핵심가치"

[인터뷰]국회예산정책처 손석창 기획관리관

"전문성·중립성·독립성과 신뢰성, 이 네 가지 업무가 우리 예산정책처(NABO)가 추구하는 핵심가치이다."

손석창 국회예산정책처 기획관리관(사진)은 인터뷰 내내 전문성과 중립성, 신뢰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하는 보고서가 재정관련 의정활동에 적극 활용되고, 언론이나 학계에서 인용되는 빈도수가 부쩍 증가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야말로, 기관이 추구하고 있는 가치를 잘 지켜내고 있다는 지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기획관리관실은 손 관리관 외에 총무담당관실 9명, 기획협력담당관실 11명 등 21명으로 이뤄진 조직으로, 재정전문인력의 충원 및 조직관리, 국회의원의 조사·분석 요구사항을 접수하고 대외 홍보 업무를 도맡고 있는 '살림꾼' 역할을 하고 있다.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사업과 해외 기관과의 교류, 예산춘추 등의 발간을 비롯 정책연구의 결과를 DB와 학술지 등을 통해 축적시켜 나가는 것도 기획관리관실의 몫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출범 9년만에 현재와 같은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예산분석실·경제분석실·사업평가국이 업무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기획관리관실의 숨은 공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은 손 기획관리관과의 일문일답.

▲ 기획관리관실의 주요 업무를 소개해 달라.

= 국회예산정책처의 기본운영계획을 세우고, 예산의 편성과 집행, 직원의 채용 및 인사관리, 대외협력, 조사·분석 요구사항 접수 등 행정지원 업무를 통해 기관의 연구분석능력 강화와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직원들의 현안분석능력 강화를 위해 정부·학계 등 전문가들을 초청해 재정경제 관련 현안을 주제로 특강을 실시하고, 미국 CBO, IMF, OECD 등과의 교류를 추진하고 있으며, 해외 유명 석학을 초청해 국제포럼도 개최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기관지인 '예산춘추'와 재정전문학술지 '예산정책연구'를 발간하고 있으며, 연구분석실적 DB 구축도 담당하고 있다.
 
▲ 다른 국가의 의회에도 예산정책처와 같은 기능을 하는 기관이 있는지 궁금하다.

= 국회예산정책처와 같이 의회 내에 독립된 예산심사 지원기구가 있는 곳은 미국의 의회예산처(CBO), 캐나다의 의회예산실(PBO), 스위스의 의회재정감독처(SPFA) 등이 있다.

최근 OECD 국가들 사이에는 독립재정기관을 설립하는 추세다. 호주, 아일랜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등의 국가들이 이미 의회예산처를 설립하였거나 설립중에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나라에는 예결위원회나 재정위원회 등의 위원회를 보조하는 재정전문 기구나 인력이 있어 의회의 예산 심의를 지원하고 있다.

▲ 125명의 직원들이 모두 박사급의 수준 높은 인재라고 들었다. 인력 확보와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또 예산정책처에서 일하기 위해 어떤 자격 요건과 가치관이 필요한지 궁금하다.

= 국회예산정책처는 예산분석 및 정책평가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최고 재정전문기관을 지향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정원 125명 중 행정인력 21명을 제외하고는 박사 40명, 입법고시 34명, 공인회계사 3명, 변호사 2명 등 102명이 예산분석, 경제분석 및 사업평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다만 일반직 공무원에 비해 계약직 공무원은 신분안정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어, 안정적인 연구분위기 조성을 위해 계약직 공무원의 채용기간을 5년에서 7년으로 확대했으며, 우수한 계약직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 연구관으로의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분석·평가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재정분야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독자적·중립적으로 연구·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재정관련 의정 서비스를 지원해 결국 국민의 찬사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

▲ 효과적인 예산 감시와 실효성있는 정책 제안을 위해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수 있어야 하고, 낭비적인 요소에 대한 제보도 폭넓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장치는 구비돼 있는지?

= 4월부터 10월까지 정부의 예산안 편성기간 동안 국민의 다양한 요구와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재정민주주의 확립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함에 있어 아직도 국민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주최하고 있는 '나라살림 대토론회'는 국회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국민패널이 참여하는 대토론회와 복지 등 주요 분야의 재정이슈 및 예산편성방향에 대한 분과토론회에 2000여명의 국민과 전문가 등이 참여했으며, 결과를 정리해 정부에 전달 함으로써 예산안 편성에 반영하도록 요구했다.

올해에도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심의에 앞서 주요 쟁점을 논의하기 위해 '2013년도 예산안 대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국회예산정책처의 소속구성원들이 소관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대외적인 방패막이 되주는 곳이 기획관리관실이라고 볼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꼭 필요한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담보하고 있는가.

= 국회예산정책처는 국회 소속 기관이지만 기본적으로 철저하게 중립적·객관적 관점에서 연구·분석 활동을 하고 있다.

전문성·신뢰성·중립성이야말로 국회예산정책처가 '롱런'할 수 있는 핵심가치라고 믿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핵심직무가치는 전문성, 보고서의 중립성, 기존의 분석으로부터의 독립적인 분석을 통한 신뢰 확보라고 본다.

정치와 달리 재정 분석은 숫자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내놓고 그에 근거해 개선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업무적인 특성이 정치적 중립을 가능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 

다만 예산결정 과정에 좀 더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보고, 나라살림 대토론회 등을 통해 여러 의견을 수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김동건 서울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하여 재정·정책 전문가로 구성된 예산정책자문회의를 운영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하고 있다. 

▲ 국회예산정책처의 업무량이 많다고 들었는데, 인원이 적은 것은 아닌지?

= 국가재정 분석의 범위를 어디까지 잡을 것인지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 문제다.

예산정책처가 벤치마킹한 미국 CBO의 경우에는 240명 정도의 인원이 있고, 결산을 담당하는 기관이 따로 있는데, 우리는 소수의 인원이 정부 결산까지 사업별로 분석을 하고 있어 업무부담이 있는 편이다.

다선 의원이 많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초선 의원 비율이 절반 정도 되므로, 의정활동을 충분히 지원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예산정책처 직원들은 시간을 쪼개 각자에게 맡겨진 담당업무를 해낼 것이라고 본다. 다만 지방재정과 복지 등 정책 환경의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해당 전문가의 추가확보는 필요한 부분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신생기관일 때에도 국회사무처에서 예산결산 업무를 오랫동안 한 경력자들이 오면서 조직이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 기획관리관실 운영에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

= 국회예산정책처의 운영 파트로서 기획관리관실은 기획·예산·교육·인사·재무·관리·홍보·법규 등 기관운영에 필요한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이중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직위에 적합한 우수한 인재를 뽑는 일이다. 때로는 적임자가 없어 몇번씩 충원절차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채용된 인재가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경험을 통해 조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문교육은 물론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때문에 외부 전문가를 불러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통찰력을 키우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등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 국회예산정책처의 주요 기능 중의 하나가 예산을 감시하는 것인데, 예산정책처 스스로의 예산은 어떻게 요구하고 감시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 국회예산정책처도 타 부처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예산안 편성절차를 거쳐 예산요구서를 제출하고, 국회 운영위 및 예결위 심사를 거쳐 예산안이 확정된다.

예산의 투명하고 효율적인 편성과 집행을 위해 운영위 및 예결위의 예·결산 심사,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를 통해 통제받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자체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국회예산정책처는 국가재정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는 의회의 재정전문기관으로서 자체예산을 집행함에 있어서도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 국회예산정책처의 10년, 100년 뒤의 모습과 국민들에 대한 당부 한 말씀 한다면?

= 2013년 10월이면 국회예산정책처의 설립 10주년을 맞는다.

지난 10년간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소중한 세금으로 이뤄진 나라살림을 한 푼 낭비없이 쓸 수 있도록 애써왔고, 그 배경에는 묵묵히 밤을 낮 삼아 달려온 예산정책처가 있었다는 평을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또 이런 평가가 10년 후, 100년 후에도 한결같을 수 있도록 전 직원이 노력하겠다.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