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이 최근 완전포괄주의에 의한 증여세 과세를 강화하면서 주식의 시가평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식의 시가를 세법에 규정된 요건과 방법에 따라 적법하게 평가해야 하며, 납세자가 자신의 거래가격이 시가임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경우에 따라 증여세가 과세되는 등의 세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 특히 특수관계자간 주식을 양도할 때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정하지 않으면 의도하지 않게 부당행위계산부인이나 증여의제 등의 문제 또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행 세법은 개인 또는 법인의 경우, 또는 상장주식이냐 비상장주식인지 여부 등에 대하여 그 주식의 시가를 산정하는 복잡한 규정들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실무자 입장에서 매우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주식평가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가들조차 종종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조세일보는 실무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주식평가에 관한 주요 쟁점 10가지를 선정, 이에 대한 법무법인 율촌의 주식평가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들로부터 확보한 기고문을 앞으로 주 1회씩 10여 회에 걸친 연재를 통해 납세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로 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세법상 상장주식 시가는 어떻게 결정하여야 할까? 2. 세법상 비상장주식의 시가는 어떻게 결정될까? 3. 세법상 비상장주식의 시가로서 매매사례가액이 인정되기 위한 기준 4. 세법상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순자산가치로만 평가하는 경우 5. 비상장주식가치를 장래 추정이익으로 평가하는 경우 6. 비상장주식가치를 장래 추정이익으로 평가할 때 유의하여야 할 점 7. 최대주주 할증율은 어떠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일까? 8. 최대주주 할증율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는 어떠한 경우일까? 9. 합병이나 현물출자 등 주식이 서로 교환될 때 주식가치 산정방법 10. 외국법인이 발행한 주식은 세법상 어떻게 평가하여야 할까? |
상장회사 A의 대주주인 K씨는 지난 2007년 회사를 운영하는 매형에게 A사 주식 100주를 거래일의 종가인 5000원에 장외에서 양도했다. 그 뒤 A사 주식은 시장에서 계속 상승했고, 이내 K씨가 양도한 가격의 2배인 1만원에 육박하게 됐다.K씨는 실제의 양도가액인 5000원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신고하고는 양도사실 조차 잊고 지내고 있던 상황. 그러나 K씨는 최근 세무서로부터 "당시 양도소득세가 적었던 만큼 수정신고를 하고, 적게 낸 세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K씨는 왜 세무서로부터 연락을 받았을까? 또 세무서의 말대로 K씨는 세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할까.
이와 관련한 해답은 지난 1월 초 있었던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1.01.13. 선고 2008두9140판결)에서 찾을 수 있다.
대법원의 이 판례는 K씨의 경우처럼 지난 2001년 7월 31일 상장주식을 장외거래를 통해 특수관계자에게 거래일 직전 종가인 9900원에 팔았던 B씨에 대한 사건과 관련된 결론으로, 상장주식의 시가평가 문제와 관련된 대단히 주목해야 할 판례다.
B씨에 대해 과세관청은 거래일 직전일의 종가는 세법상 시가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거래일을 기준으로 직전·직후 2개월의 평균종가인 9949원을 기준으로 시가를 적용했으며, 여기에 최대주주 할증률 20%를 적용한 1만1938원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봤다.
즉, 과세관청은 B씨가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양도한 것으로 보아 부당행위계산부인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문제를 삼았다.
이렇게 과세관청이 문제삼은 까닭은 소득세법이 양도소득에 대한 부당행위계산부인 여부를 판단하는 시가로 상속세및증여세법(이하, 상증법 )의 규정을 준용하고 있는데(소득세법 시행령 제167조 제3항), 상증법은 상장주식의 시가는 거래일을 기준으로 직전, 직후 2개월 평균종가(최대주주인 경우 최대주주 할증율 적용)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에 앞선 고등법원은 B씨가 상장주식을 직전일의 종가로 거래한 것은 시가대로 거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서울고등법원 2008.05.15. 선고, 2007누33148판결), B씨 손을 들어줬다.
고등법원의 판단이유는 시가란 불특정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을 말하는 것인데, 직전일의 종가 역시 직전, 직후 2개월 주식의 평균가격(9949원)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시가로 인정될 여지가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급심 판례 중에는 이러한 취지로 판단한 판례가 더러 있다(서울행정법원 2009.07.14. 선고, 2007구단9573판결).
그런데 대법원은 최종심에서 이와 같은 고등법원의 판단을 180도 뒤집었다. 그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소득세법상 양도소득의 부당행위계산부인에서 적용되는 시가는 상증법 제60조 내지 제64조에 따라 평가한 가액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소득세법 시행령 제167조 제3항), 상증법 제60조 제1항 후단에서 상장주식의 경우에는 직전, 직후 2개월 평균종가(최대주주 할증률 적용)를 시가로 본다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상장주식의 시가를 직전, 직후 2개월 평균종가를 시가로 본다고 규정한 까닭은 상장주식은 거래일의 상황에 따라 가격변동의 폭이 크고 시세조작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특정 거래일의 가격을 시가로 보면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인데, 소득세법이 상증법 제60조를 준용하라고 규정한 이상 직전, 직후 2개월 평균종가를 시가로 보지 않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이해가 가는 면이 있다. 그러나, 다음의 점을 살펴보면 대법원의 판단이 과연 옳은 것인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상증법은 개인간의 증여를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어, 직전, 직후 2개월 평균종가를 상장주식의 시가로 본다는 규정(상증법 제60조 제1항 후단)은 개인 입장에서 주식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급락하는 시점에 맞추어 주식을 증여하여 증여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의 규정이다.
그런데, 개인간에 주식을 거래하는 경우에는 거래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필요하므로 그 거래시점을 증여와 같이 임의로 정하기가 어렵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특수관계가 있는 매도인과 매수인은 주식을 매매하면서 2개월 이후의 주식의 가격까지 예측하여 거래가격을 정하여야만 부당행위계산부인의 규정을 피할 수 있다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특수관계 있는 개인간에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피하기 위한 정확한 거래가격을 매매 당시에 도저히 정할 수 없다.
특히, 직전, 직후 2개월 평균종가를 시가로 보라는 규정은, 법인간에 상장주식을 거래하는 경우에 거래 당일의 종가를 시가로 보도록 규정한 법인세법 규정(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1항)과도 조화롭지 않은 면이 있다.
즉, 법인이 특수관계자에게 상장주식을 양도하면 시가를 종가로 보는 반면에, 개인이 특수관계자에게 상장주식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그 시가를 달리 적용하는 것은 세법이 추구하는 일관성에도 어긋나 쉽게 수긍이 가질 않는다.
물론, 혹자는 상장주식을 거래하는 경우에 거래일 이후 2개월의 주가를 감안하여 사후정산하기로 하면 부당행위계산부인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거래 당사자간에 주식을 거래하기 위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시점에 매매대금이 확정되어야만 안심하고 거래를 실행할 수 있다. 작금의 주식시장처럼 금융위기, 유가상승 등 여러 사정으로 주가가 쉽게 요동치는 경우에는 선뜻 거래를 실행하기가 어렵다.
하여튼, 이유야 어찌되었던 대법원에서 특수관계 있는 개인들간에 상장주식을 거래하면 그 시가를 직전, 직후 2개월 평균종가(최대주주일 경우 최대주주 할증율 적용)로 하라고 판단하였다.
이제는 대법원이 판례를 바꾸지 않거나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특수관계 있는 개인들간에 거래한 상장주식의 시가는 직전, 직후 2개월 평균종가를 기준으로 부당행위계산부인의 적용여부를 판단할 수밖에는 없다.
그러나, 거래일 이후에 2개월 평균종가를 감안하여 거래하기는 어렵다는 앞서의 사정들을 감안하면, 거래일 이전 2개월 평균종가만 반영하던지 하는 등의 뭔가 보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시가를 평가하도록 하는 등의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 K씨의 경우로 돌아가 살펴보자. K씨는 의도하지 않게 상장주식을 시가 보다 낮은 가격으로 양도한 꼴이 되었고, 세무서에 양도소득세를 수정신고하고 추가 납부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K씨가 매형이 운영하는 회사에 상장주식을 종가로 양도하면 어떻게 될까? 이러한 경우에도 K씨가 세무서로부터 세금을 추가 납부하라고 연락을 받았을까?
아니다. 법인세법상 상장주식의 시가는 거래일의 종가이고, 개인이 법인에게 주식을 시가대로 양도하였을 경우에는 부당행위계산부인 등의 세무문제가 생기지 않는다(소득세법 시행령 제167조 제6항).
편법이기는 하지만, K씨가 양도소득세를 추가로 납부하지 않으려면 매형이 아니라 매형이 운영하는 회사에 상장주식을 양도하였어야만 한다.
[이민규 공인회계사 약력]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법무법인 율촌 Senior Professional, 업무분야 : 조세·세무계획·세무조사방어
